산은 첫 고졸 본부장 박성명 씨 "35년 발로 뛴 현장영업…학력 벽 넘었죠"
“외부에서 보면 은행 일이 보수적이고 단조로울 수도 있는데요. 타성에 젖은 은행원은 고객이 가장 먼저 알아보는 법입니다. 지금부터 고객 섬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도전하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박성명 산업은행 부산경남지역본부장(54·사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최근 입사한 50명의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최근 이뤄진 인사에서 양동명 호남지역본부장(광주상고 졸업)과 함께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지역본부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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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본부장은 후배들에게 “업무의 경중과 무관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열정과 창의력으로 도전하다 보면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남1녀 중 장남인 박 본부장은 마산상고를 나와 1977년 산은에 입행했다. 당시 산은은 대졸 100명과 고졸 50명을 신입사원으로 선발했다. 산은의 고졸 출신 정규직 채용은 이후 1997년까지 계속되다 중단됐고, 지난해 15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박 본부장도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상업계 고교를 선택한 경우다. “아버님이 사업에 실패하셨기 때문에 사실은 고교에 진학할 형편도 되지 않았어요. 겨우 고교에 입학해 졸업한 다음 산업은행에 들어왔고, 제가 월급을 받아 동생들 학비를 대기도 했어요. 한 명은 의사가 됐고, 다른 한 명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입행한 다음해 동아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낮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엔 대학에서 못다한 학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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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본부장은 당시만 해도 고졸 출신이라고 해서 큰 차별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가면서 고졸 출신 은행 선배들이 동년배인 대학 졸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현실을 보며 ‘학력차별’의 실체를 느끼기도 했다.

그는 “처음엔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아쉬운 게 없었지만 상위 직급으로 올라가며 위기감을 느낀 적이 있다”며 “그럴 때일수록 열심히 일하면 공정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힘을 냈다”고 말했다. 결국엔 ‘학력의 벽’을 뚫고 비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산은이 박 본부장을 부산경남지역 총괄 책임자로 임명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부산경남에서 구축해 놓은 인적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본부장은 서울에서 근무한 2년을 제외하면 1998년 이후 줄곧 부산 울산 창원 등의 법인 영업현장에서 일했다. 그는 “요즘은 여신과 수신 모두 발로 뛰며 영업해야 하는데, 네트워크가 없으면 일을 하기가 어렵다”며 “사람이 사람을 연결해주는 만큼 새로 들어오는 지역 출신 후배들도 지역에서 산업은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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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본부장은 부산에 4개, 진주 창원 김해 거제 등에 각 1개씩 총 8곳의 산은 영업점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민영화에 대비해 점포를 확장하고 있는 산은은 올해 부산과 경남지역에서도 점포 수를 늘릴 계획이다. 그는 “유럽발 위기가 실물로 번질 가능성이 큰 올해는 부산과 경남의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지역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