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권사진 무료 촬영 서비스 도입…동네 사진관 "우린 어쩌라고…"
정부가 여권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자 동네 사진관들이 발칵 뒤집혔다. 국민에게 편익을 주기 위한 정책이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 문제와 부딪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 대중화로 누구나 사진을 잘 찍고 간편하게 인화하는 시대. 사진관이 설 자리는 좁아질 대로 좁아져 있다. 사진관 사장들은 마지막 수입원인 여권 사진을 사수하겠다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사진협회 소속 사진업 종사자 1000여명은 27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여권사진 무료촬영 중지 궐기대회’를 연다. 이들은 고가의 스튜디오용 카메라를 들고 나와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까지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계획 중이다.

행정안전부와 외교통상부가 이달 초 여권 사진을 여권 발급 대행기관(시·군·구청)에서 무료로 촬영해주는 ‘전자여권 얼굴영상 실시간 취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게 발단이다. 민원인이 여권 사진을 가져오지 않아도 여권과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여권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10개 지역에서 시범 실시한 뒤 내년 하반기 전국으로 확대하고, 제도가 정착되면 외부에서 찍어온 여권 사진은 받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에서 25년째 사진관을 운영해온 나영균 씨는 “디지털화 추세에 맞춰 고가의 장비를 도입하고 기술력을 높이는 등 노력해 왔지만 손님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정부가 예산 700억원까지 써가며 사진업계를 어렵게 만드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이후 전국의 동네 사진관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이재범 프로사진협회 비대위원장은 “남아 있는 사진관 대부분이 연간 수입 3000만원 미만인 영세 사업장”이라며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서류용 사진마저 사라지는 것은 큰 위기”라고 말했다.

네티즌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국민 편익이 목적이면 여권 수수료부터 낮춰야 한다”(nike***)는 의견과 함께 “여권 사진 몇 장에 1만원이 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 사진업계가 과민하게 반응한다”(hyu***)는 지적도 나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