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00세 위한 또 하나의 습관 '예방'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80.8세이다. 10년 전보다 4.8세 증가한 수치이다. 국민소득 증가와 의료기술 발전으로 기대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반해 서구화된 식습관, 생활양식 변화 등으로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중 26.9%, 9.6%가 각각 고혈압, 당뇨병 환자이다.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고혈압과 당뇨병 관련 진료비가 2005년 8530억원에서 2009년 3조1067억원으로 지난 4년간 4배가량 증가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6.9% 수준인 국민의료비가 2020년 GDP 대비 9.0~11.1%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고령화와 함께 만성질환 증가는 의료비 급증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사회에 큰 사회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무엇인가. 바로 국민들이 건강이 나빠지기 전부터 미리 건강을 챙기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사전예방적인 건강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만성질환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를 통해 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심뇌혈관질환은 평소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측정과 관리, 금연·절주·운동을 비롯해 생활양식 개선 등의 건강관리만으로도 80% 예방이 가능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외국의 경험에 따르면 질병의 예방 및 효과적인 관리는 비용에 비해 2~15배 정도의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질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 만병의 근원이 되는 흡연·음주와 같은 나쁜 건강행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담배·술에 대한 광고·마케팅을 제한하고, 흡연·음주구역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권장기준 치의 3배를 소비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소금(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덜 짜게 먹기 운동과 같은 건전한 식생활 문화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

둘째, 건강도시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건강은 개인의 특성이나 행태뿐 아니라 사회적·물리적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도시개발 계획 수립부터 보건·복지·교육 등 다양한 정책에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고려해 수립·집행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전국에 그물망처럼 짜여 있는 보건소 조직의 기능을 대폭 전환해야 한다.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 형태의 치료서비스 제공은 축소하고, 사전예방적 건강관리 기능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보건소의 이름부터 인력·장비·시설 기준까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국민들이 보다 쉽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보다 정확하고 비용효과적인 국가검진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일반검진, 생애주기별 검진, 암 검진으로 분산돼 운영되고 있는 국가건강검진체계를 연령별·성별 목표 질환 중심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혈압·당뇨병 환자와 같은 만성질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인센티브 구조 설계를 통해 규칙적인 진료와 투약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각종 합병증과 심·뇌혈관질환과 같은 중증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간 100세 시대라지만, 오래 살면서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치매로 고생한다면 장수(長壽)라는 단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젊어서부터 열심히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해 건강한 노령(healthy aging)을 맞이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장수일 것이다. 2012년 새해가 밝은 지 며칠 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건강 관리를 위한 조그만 습관이라도 하나씩 키워나가야 할 때이다.

임채민 < 보건복지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