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쌓였는데…박재완이 안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최근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판치고 있는데도 경제수장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박 장관의 존재감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최근 서울시의 지하철 요금 인상조차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사후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것을 빼고는 이렇다 할 역할을 한 게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이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이명박 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를 요구하면서 발효를 저지하려는 상황인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지금 여당은 국회의원 선거라는 포커판에서 민주통합당의 전략에 말려 ‘판돈’만 키워주고 있다”며 “박 장관이 보다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좋은 복지 공약을 내놓더라도 민주통합당에 유리한 쪽으로 선거 국면이 전개될 뿐이라는 분석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대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박 장관이 전면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정치적 입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박 장관이 보다 과단성 있게 민주통합당의 포퓰리즘 공약이나 한·미 FTA 폐기 주장을 받아쳐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측 중진 의원은 “박 장관이 야당과 ‘각’을 세워야 여당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단 선거정국에 휩쓸리면서 여야를 불문하고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대중에 영합하는 공약을 남발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학생 아침 무상급식부터 사병 월급 인상에 이르기까지 여당이 민주통합당의 ‘흉내’만 내고 있다는 내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당 스스로 이 같은 기류를 뒤집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재정부도 이 같은 상황 판단에 부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 ‘복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정당별 무상복지 공약 분석에 들어가는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재정부의 핵심 간부는 “행정부가 입법부를 견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재정 건전성 약화나 포퓰리즘 견제를 능가할 만한 강력한 ‘아젠다(agenda·의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여당의 요구에 밀려 영유아 무상양육 등 선심성 대책을 내놓은 점도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고 있다. 또 재정부 내부적으로도 최근 조직 개편과 함께 과장급까지 대거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다.

청와대 최고위 관계자는 “4월 총선 이후 12월 대선까지는 나라 전체가 선거 국면에 휩쓸리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박 장관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