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뒤집힌 美공화 경선 판도…깅리치, 첫 1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대세론을 굳히는가 싶었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흔들리는 가운데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당원과 일반인이 함께 투표에 참여하는 예비선거)에서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40%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27% 득표에 그친 롬니 전 주지사를 처음으로 꺾고 승자가 됐다. 당초 프라이머리 1주일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1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난 롬니는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깅리치의 기세는 여기서 멈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업체인 라스무센이 23일 조사한 결과 오는 31일 열리는 플로리다주 프라이머리 지지율에서도 깅리치는 41%의 득표로 1위에 올랐다. 롬니는 32%에 그쳤다. 롬니가 41%, 깅리치가 19%의 지지율을 보였던 지난 12일과는 전혀 딴판이다. 갤럽 조사에서도 지난 15일 37% 대 14%였던 롬니와 깅리치의 전국 지지율이 22일 29% 대 28%로 좁혀졌다.

두 가지 변수가 이 같은 판도 재편을 이끌었다. 롬니가 소득세 논란에 휩싸인 사이 깅리치는 TV 토론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최고 소득세율인 35%보다 훨씬 낮은 15%의 세율을 적용받아온 롬니는 집중 공격을 받았다. 자본이득에 부과되는 법적인 세율이었지만 성난 표심을 돌려놓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깅리치는 두 번째 부인과의 이혼을 둘러싼 도덕성이 불거졌으나 이를 강력히 부인하는 전략으로 돌파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출구조사에서는 10명 중 9명이 깅리치의 TV 토론 능력을 보고 투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토론전에서 맞붙어 이길 후보는 깅리치라는 인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깅리치 쪽으로 흐름이 기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롬니는 깅리치에 비해 탄탄한 조직망과 자금을 갖추고 있다. 플로리다주 프라이머리가 향후 판도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롬니는 2010년 13.9%, 2011년에는 15.4%의 세율로 세금을 냈다고 전격 공개했다. 악재를 일찌감치 털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깅리치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깅리치가 하원의장 시절에 윤리법을 위반한 사실을 부각시키고, 주택시장 거품을 초래한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 프레디맥과 연루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표일 며칠 전에야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는 유권자들의 성향도 감안했다. 깅리치는 1980년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의 승자가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는 홍보전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그동안 확보한 대의원 수는 롬니가 33명, 깅리치 25명,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14명, 론 폴 하원의원 4명 등이다. 전당대회 대의원 2286명 중 과반인 1144명을 먼저 모으는 사람이 공화당의 최종 후보가 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