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법감정은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를 살인이나 그 이상의 중범죄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지난해 11~12월 국민 1000명과 판·검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가 900명을 대상으로 한 양형기준 설문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대상 강간범죄와 살인범죄 중 어느 쪽이 더 중하게 처벌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반 국민 26.1%가 아동 성폭행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38%는 아동 성폭행 범죄와 살인죄를 동등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국민 응답자 60% 이상이 아동 성범죄를 살인 또는 살인 이상 중범죄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 64.1%는 살인이 아동 성범죄보다 더 강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답하는 등 일반 국민과의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양형위 측은 이 차이를 영화 ‘도가니’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성인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성인 대상 성범죄에서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전문가 집단 81.1%는 합의 사실을 반영해 집행유예 형이 적정하다고 답했지만 일반 국민 58.2%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의붓딸 성폭행 등 친족관계 강간에 대해 일반인 48.6%는 징역 7년 이상의 실형을 주장했으나 전문가 집단 42.1%는 징역 2년~3년6월의 실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살인, 뇌물, 위증 등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에 큰 인식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후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한 범죄군에 대해 전문가들은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 변호사법 위반,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환경 범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을 꼽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