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70회 생일..핵안보정상회의도 변수
한미, '안정적 관리' 부심..北대화견인 주력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이 한반도 정세의 핵심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북한 동향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과 시기적으로 민감하게 겹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자칫 키 리졸브 훈련을 빌미로 북한 내부의 강경파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키 리졸브 훈련은 2월말에서 3월 중순 사이에 실시된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2월28일부터 3월10일까지 진행됐다.

해외증원 미군 500여명을 포함한 미군 2천300여명과 한국군 사단급 이상 일부 부대의 병력이 참가했다.

또 지휘소훈련(CPX)인 키 리졸브 연습이 종료된 이후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Foal Eagle)' 연습이 4월30일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17일 사망한 김정일 위원장의 이른바 애도기간은 통상 '100일 탈상'을 감안할 때 3월말까지로 볼 수 있다.

또 후계자인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한 지도부의 착근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70회 생일(2월16일)도 끼어있다.

이런 특별한 계기가 없더라도 북한은 해마다 이 훈련이 다가오면 한국과 미국을 향한 비난공세를 강화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키 리졸브 훈련 돌입 하루 전(2월27일)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통해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이 우리의 핵 및 미사일 제거를 노리는 이상 우리 군대와 인민은 침략자들의 핵 공갈에는 우리 식의 핵 억제력으로, 미사일 위협에는 우리 식의 미사일 타격전으로 맞서나갈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맞은 북한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과연 군부 세력 등을 얼마나 장악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19일(현지시간)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지난해 7월 뉴욕에서 진행된 1차 북미 고위급 대화에서 오간 내용을 소상하게 밝히며 미국을 압박하는데 주력했다.

또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첫 신년공동사설 등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고, '핵보유국의 지위' 강화(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북한이 아직은 `대화의지'를 버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1일 외무성 발표 끝부분에 "미국에 과연 신뢰조성 의지가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한 대목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17일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한미일 3국협의는 북한에 대해 "회담재개를 위한 길이 열려있다는데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긍정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한을 향해 '대화할 의지가 있으나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독촉하는 모양새로 읽힌다.

만일 북한이 가까운 시일내에 뉴욕채널 등을 통해 긍정적인 `화답'을 해올 경우 지난해 연말과 같은 '대화에너지'가 다시 모아질 수 있다.

이는 3년 이상 개점휴업했던 6자회담의 재개, 나아가 한반도 정세의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올해를 강성대국의 첫해로 선포한 북한이 키 리졸브 훈련을 빌미로, 그리고 그동안 공언해온대로 완전한 핵보유국을 선언하기 위해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행위를 조기에 감행하려 하면 상황은 심상치 않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깝게는 3월26∼27일 서울에서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키 리졸브 훈련에 반발하는 북한이 '행동'을 보일 경우 세계 50여개국 이상이 참여할 '대형이벤트'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열린다.

미국에서도 11월 대선이 예정돼있다.

북한이 과거에도 이런 민감한 시기에 '도발카드'를 종종 활용해왔음을 생각할 때 '북한 관리'의 필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진다.

1992년의 경우처럼 남북관계나 북미 협상이 변수가 돼 한미 군사합동훈련을 실시하지 않은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다른 변수도 개입돼있다.

미국은 최근 새로운 국방전략을 발표했다.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2개의 전쟁' 전략이 퇴조하고 지상군의 병력 규모를 가급적 줄이는 방향이라는데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의 원활한 전개를 위한 키 리졸브 훈련은 새로운 국방전략과 연계해서 보면 유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당초 올 봄에 실시할 예정이던 이스라엘과의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이란과의 긴장상태를 고려해 올 하반기로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한국내에서 '북한 변수'로 인해 합동군사훈련을 연기 또는 축소하기로 할 경우 상당한 반발이 일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책임있는 당국자들은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실시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신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등 고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