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엘피다 '쪽박 신세'…경쟁사에 자본제휴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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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에…추가지원 받으려 대만 난야와 합병도 추진
18일 로이터와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엘피다는 세계 4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자본 및 업무 제휴를 추진하기로 하고 이런 내용을 주거래은행에 제출할 경영정상화 계획에 포함시켰다. 마이크론과의 연합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대 중반으로 올려 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에 오르겠다는 구상이다. 은행들은 엘피다가 제출한 정상화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엄격히 따져 대출기한 연장과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엘피다는 오는 4월까지 금융회사 차입금 770억엔을 갚아야 한다. 3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도 450억엔에 달한다. 이번 정상화 계획이 통과되지 못하면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엘피다는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2000억엔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와의 ‘치킨게임’에서 타격을 입은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일본 내 유일한 D램 업체인 엘피다가 고사 위기에 몰리자 일본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 정부 산하 일본정책투자은행이 공적자금 300억엔을 투입했고, 정부 눈치를 살피던 14개 시중은행도 1000억엔을 빌려줬다.
엘피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2009년과 2010년 연속 흑자를 내며 살아나는 듯했지만 엔화 가치 상승과 D램 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다시 추락했다. 작년 상반기(4~9월)에만 567억엔의 적자를 냈다. 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하반기에도 상황은 비슷해 연간 적자 규모가 1000억엔을 넘을 전망이다.
고전하는 사이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2009년 17.4%까지 올라갔던 시장점유율은 작년 3분기 12.2%로 떨어졌다. 반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2007년 27.7%에서 지난해 45%로 급상승했다.
엘피다는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엔 미국과 중국 등 거래처 10곳에 5억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도체 물량을 장기 공급하는 대신 대금을 먼저 줄 수 없느냐고 타진한 것이다.
세계 5위 업체인 대만 난야와의 합병도 추진 중이다. 일본의 기술과 대만의 생산능력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지주회사를 만든 뒤 두 회사가 그 아래에 들어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양사가 합병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은 15%대에 불과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에 큰 위협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 회사 모두 자금력이 달린다는 것도 문제다. 엘피다의 현금 보유액은 1000억엔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10% 미만이고 난야 역시 작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내 여유자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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