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도 안산시 월피동 안산청소년비행예방센터 강당에서 열린 학교폭력 소시오드라마(집단에 문제되고 갈등되는 상황을 다루는 연극).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난해 말 센터에 오게 된 K군(중학교 2학년)이 무대 위에서는 피해자로 변해 있었다.

그는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왕따’ 역할을 맡았다. 다른 가해학생들과 센터 강사들은 가해자로 분해 K군을 이유없이 툭툭 치거나 손찌검했다. 연기인지 실제 감정인지 K군의 얼굴에는 당황하고 괴로운 표정이 역력했다. K군은 연극이 끝난 후 “역할을 바꿔 피해자 입장을 해보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내가 왜 폭력을 하고 다녔는지 후회됐다”며 “다시는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극은 가해학생들이 한번씩 피해학생으로 역할을 바꿔 2시간가량 진행됐다.

법무부는 2007년부터 전국 6개 지역에서 청소년비행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등 부적응 학생과 비행 초기단계 청소년들이 이곳에 들어온다. 이들을 참여시켜 학교폭력 소시오드라마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해학생들은 처음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지금 뭐하는 거죠? 이상한 거 하지 말아요!” “맞을 짓 했으니까 때렸다니까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폭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짧은 상황연극으로 직접 연기해 보면서 아이들은 점점 프로그램에 몰입돼 갔다. 한 가해학생은 “피해자가 자살하거나 상처를 크게 입는다는 생각에 정말 무섭고 미안하다”며 “피해자의 부모님은 얼마나 속상하실까…”라며 고개를 떨궜다.

프로그램을 운영한 채경순 강사(드라마치료전문가)는 “가해학생들이 피해자 역할을 하면서 고통을 공감하고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익 소장도 “소시오드라마가 학교폭력 재발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