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산업 '무맥동 펌프'로 승승장구
“우리 회사 펌프개발연구소의 불은 20년 넘게 꺼지지 않았습니다.”

정량(定量) 펌프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천세산업의 이충구 대표(59·사진)는 외국에서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 비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량펌프란 염색, 수(水)처리 등 각종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정량 주입하기 위해 쓰는 펌프다. 오차가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최종 용수의 품질이 떨어지므로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 업체들은 정량펌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1980년 일본산 정량 펌프를 수입, 판매하는 유통업체로 출발했지만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일념에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986년 사람 심장의 원리를 응용해 정량을 맞추는 ‘왕복동(往復動) 펌프’를 국산화했다”고 설명했다.

펌프 내부에서 다이아프램(원형모양의 막)이 왕복하며 화학약품을 밀어낼 때, 토출 체크밸브와 흡입 체크밸브가 열림과 닫힘을 반복하며 이송액이 정량 공급되도록 설계한 펌프다. 이는 판막의 열림과 닫힘을 통해 혈액을 일정하게 내보내고 역류를 방지하는 심장의 원리와 흡사한 것으로, 이 회사는 개발 후 수입산 왕복동 펌프를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고질적 문제가 있었다. 액체를 밀어낼 때 다이아프램에 가해지는 충격 탓에 맥동(심장 박동과 유사한 진동)이 발생, 배관이 철렁거리고 큰 소음이 나타난 것. 이 때문에 파이프가 파손되거나 화학약품이 과하게 공급돼 낭비되는 일도 잦아 현장에서는 에어챔버 등 부가 장치를 필수적으로 써 왔다. 천세산업은 2006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등속도 캠(CAM)을 보정, 맥동을 없애는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이 대표는 이 기술로 최근 지식경제부가 주관한 신기술 실용화 촉진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도 수상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에 회사 외형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00년도까지 6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펌프 개발 후 매년 30~40% 이상 성장, 지난해 약 150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최근 높은 압력하에서 액체를 안정적으로 이송하는 크랭크 구동형 고압 정량펌프 국산화를 새 미션으로 삼고 있다”며 “중국을 필두로 동남아 매출 비중을 높여 5년 내 500억원의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