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대구시 서구 중리동 서대구공단 A제조업체 앞 도로. ‘빵빵’ 경적을 울리는 차량들이 줄을 서 있다.

4.5t 트럭을 도로에 세운 채 제품을 하역하던 50대 운전사가 급히 운전석에 오른다. 이 업체 마당에는 제품이 가득 쌓여 주차할 곳이 없다. 옆 도로는 더 심각했다. 폭 8m의 도로 양쪽이 주차장으로 변해 통행 폭이 3.5m에 지나지 않는다. 트럭 한 대가 지나가기도 빠듯하다. A사 이기우 부장(48)은 “대형 트럭이 드나들지 못하는데 어떻게 공단 구실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날 북구 노원동에 위치한 서대구공단의 첫 인상은 마치 슬럼가를 연상케 한다. 공장 곳곳의 지붕은 낡은 슬레이트가 대부분이다. 한 공장을 나눠 임대하다 보니 정문에 업체 간판도 여러 개 붙어 있다.

대구광역시가 노후화된 공단을 살아숨쉬는 산업생태계로 탈바꿈시키는 ‘공단 재생사업’에 본격 나선다. 도심 노후공단인 서대구공단과 제3공단이 대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서대구공단과 제3공단 재생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부터 2000억원의 국비가 본격 지원된다”고 16일 밝혔다.

두 공단은 조성한 지 30년이 넘어 공단 내 도로가 좁은 데다 주차장, 공원녹지시설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환경 문제를 둘러싼 마찰이 일어나는 등 재생사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구시는 공단 재생을 위해 △기존의 우세 업종 집적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첨단산업 유치 △공단 지원기능 강화 △기업 환경개선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1967년에 조성된 제3공단은 167만9000㎡ 규모며 2272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1975년 문을 연 서구 중리·이현동의 서대구공단은 241만7000㎡ 규모며 1465개 업체가 있다.

대구시는 재생사업이 완료되면 제3공단은 연간 매출이 2조2890억원에서 5조9120억원으로, 종사자 수는 1만1221명에서 1만857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대구공단은 매출이 2조4300억원에서 6조6350억원으로, 종사자 수는 1만3572명에서 2만8793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제3공단은 기존의 금형, 표면처리 등 뿌리산업을 안경산업, 로봇산업 클러스터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며, 서대구공단은 물류·유통산업, 융합 신섬유 등을 중심으로 도심형 복합 산업공간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금명간 주민설명회, 주민 동의 절차를 거쳐 재생사업 지구 지정과 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