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 자료에 의하면 풍산개의 유래엔 두 갈래 설이 있다. 첫째 토착견이 늑대와 교잡으로 산악지대에 잘 적응하게끔 진화했다는 설이다. 풍산개는 털이 촘촘해 영하 30도에도 밖에서 잘 수 있다. 둘째 시베리안 라이카가 이 지역으로 흘러들어왔다는 설이다. 맹수를 사냥할 만큼 대담한 개는 시베리아 라이카와 풍산개밖에 없기에 설득력이 있다.
풍산개는 일제 때인 1942년 모리 다메조 경성제대 교수의 조사를 토대로 진돗개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북한은 1964년부터 민간 사육을 금하고 순혈 유지에 공을 들여왔다. 북한 잡지 ‘천리마’에 따르면 성견은 키 55~60, 몸길이 60~65, 몸무게 20~30으로 진돗개보다 약간 크다. 평소엔 온순해도 맹수를 만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후각 청각은 개 중에서도 월등해 사냥견 경비견 군견으로 두루 쓰인다.
풍산개 두 마리가 호랑이를 물리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생후 45일이면 닭을 사냥할 정도로 야성이 강하다. 다른 맹견들과 겨룬 얘기도 많다. 1998년 풍산개와 진돗개가 3 대 3으로 맞붙은 결과 1승1무1패의 호각세였다. 1980년대엔 일본 대표 견종인 아키다와 싸웠는데 풍산개의 완승으로 끝났다. 북한에선 풍산개가 덩치 큰 셰퍼드(미국을 상징)를 이겼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1993년 중국 옌볜에서 풍산개 15마리가 처음 반입돼 붐이 일었다. 신세계백화점이 강아지 50마리를 마리당 100만원에 분양한 적도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풍산개’에선 배우 윤계상이 대사 한마디 없이 우직하게 여인의 탈북을 돕는 주인공으로 나왔다. 풍산개의 이미지 그대로라는 평이다.
최근 강릉에서 길 잃은 80대 치매 노인이 불과 2개월 된 풍산개 강아지 덕에 목숨을 구해 화제다. 맹추위에도 이 강아지는 노인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짖거나 깨물고 체온으로 몸을 녹여줬다고 한다. 풍산개에게 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란 얘기가 허튼소리가 아니다.
‘한국의 토종개’의 저자 임인학 씨는 “개는 받은 만큼 보답할 줄 알고 배신이나 위선도 없다”고 했다. 이제는 ‘개만도 못한 … ’이 아니라 ‘개만큼만 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