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황장엽 선생이 강조한 한ㆍ중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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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 25%가 중국과의 교역…대중관계 개선·남북 평화 힘써야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 >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 >
KOTRA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2011년 한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은 약 900억달러, 수입은 1300억달러로서 교역규모는 2200억달러 수준이다. 중국에서 파악한 숫자가 다른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홍콩을 통해 중국에 수출한 부분까지 합산되는 등 통계를 파악하는 루트와 방법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우리의 무역규모가 1조달러임을 감안할 때 중국 쪽 통계대로라면 우리의 대중 무역규모는 전체의 25% 수준인 셈이고 우리쪽 통계를 반영하면 약 22%에 달한다. 세계 200여개국 중에서 중국 한 나라와의 교역규모가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우리 경제 내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 수준임을 새삼 곱씹게 된다. 더구나 이 규모는 일본과 미국을 합친 수준보다 더 크고 향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런데 곧이어 만난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중국을 너무 압박하는 것 같다”면서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면서 외교안보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행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언급을 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한국이 경제는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하면서 미국에 치우친 듯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만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물론 모든 중국인이 이렇지는 않더라도 이런 의견이 중국의 일반적 정서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는 걸 보면 이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좀더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고인이 된 고 황장엽 선생은 생전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역할과 존재는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이므로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국과 보다 심도 있는 대화와 깊은 관계가 필요한데 한·중 FTA가 바로 이런 깊은 대화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한·중 FTA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심화되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제공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함께 발표된 한·중 FTA는 복합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FTA 자체의 경제적 효과는 물론 협상과정에서 양국의 현실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과 대화가 오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매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한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중국이 과거와는 달리 일방적으로 북한만 감싸고 돌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즉 FTA를 맺은 국가로서의 한국에 대한 배려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 한·중 FTA의 효과에 추가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FTA를 계기로 북한이 한국에 대해 적대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다면 한·중 FTA의 효과는 한반도 평화에까지 미치는 셈이다. 물론 G2로 불리는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 및 중국 모두와 FTA를 체결한 국가로서의 이미지 제고도 우리에게 상당 부분 의미 있는 브랜드 효과를 제공할 것이다.
한·중 FTA가 이처럼 경제적 효과는 물론 복잡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볼 때,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어도 실무협상을 시작으로 양국 간에 차분하고 진지한 논의를 진행시키는 것은 매우 절실한 과제다. 적절한 협상과 조정과정을 거쳐 한·중 FTA가 체결됨으로써 우리나라의 국격 상승은 물론 경제적 외교적 효과에다 한반도 평화라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모두 합쳐 극대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