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가 14일 치러진다. 올해 29개국에서 열리는 대선 중 첫번째다. 연임을 노리는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총통(62)은 중국에 독립도, 통일도 주장하지 말자는 ‘양안(兩岸) 안정론’을 내세운다. 대만 첫 여성 총통을 꿈꾸는 차이잉원(蔡英文) 민주진보당 대표(56)는 독립을 추구하자는 입장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대만인들이 원하는 대중(對中) 관계를 파악하고, 나아가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박빙 승부 예상
국민당은 13일 41만~69만표 차이로 마 총통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4%포인트 차이다. 반면 민진당은 차이 대표가 15만~20만표를 더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각각 30% 이상인 가운데 마 총통이 3~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제3의 후보인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대표의 지지율은 10% 미만이다. 부동층 비율이 20%를 넘기 때문에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에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1996년 총통 직선제가 도입된 뒤 다섯 번째다. 현지 언론들은 투표율 75~80%를 가정했을 때 690만표 전후를 얻으면 당선권에 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권자 수는 1809만명이다.
◆안정이냐 독립이냐
마 총통은 2008년 취임 이후 대만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거뒀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연임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대만의 2010년 경제성장률은 10.8%로 24년 만에 최고였고 작년 성장률도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4%를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마 총통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0년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해 양안 경제교류 촉진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 대만 기업들은 중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 감면 혜택 등을 받고 있다.
반면 차이 대표는 마 총통이 중국 의존도를 높여 대만의 정체성을 훼손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마 총통이 이룬 경제 성장의 혜택이 일부 기업가들에게만 돌아가 빈부 격차가 확대됐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마 총통은 북부지역과 기업인 등 상류층에서, 차이 대표는 남부지역과 20~30대 젊은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1949년을 전후해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은 북부권에, 대만 토착민인 본성인(本省人)은 남부권에 주로 살고 있다.
최근에는 마 총통의 양안 정책으로 수혜를 본 중국 거주 대만 상인 20만명이 그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대거 귀국했다. 이에 맞서 차이 대표는 수도 타이베이에 진출해 있는 남부 출신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제3의 후보인 쑹 대표의 지지층이 마 총통의 지지층과 겹치기 때문에 쑹 대표가 어느 정도 선전하느냐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마 총통의 연임을 바라고 있다. 미국은 차이 대표 당선으로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면 미국과 중국도 분쟁에 휘말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