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서비스 쿠폰사업 '각광'
여성의류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여름 더울 것을 예상하고 반팔 의류를 예년보다 많이 생산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는 바람에 절반 가까운 제품을 창고에 재고로 쌓아두게 됐다.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50% 낮춰 폭탄 세일을 두 달간 지속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A사와 같이 재고를 떠안고 있는 기업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비즈니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재고자산을 정상가에 매입하고 그 가격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간 바터트레이딩(CBT)’ 사업이 바로 그것.

이 사업을 11년째 하고 있는 에이지에스(대표 고석호·사진)는 140여개 기업의 재고를 처리해주고 작년에 매출 200억원을 올렸다. CBT의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하다. A사의 옷 가격이 1만원에서 3000원으로 떨어졌다고 하자. 에이지에스는 A사로부터 1만원에 이 재고 옷을 모두 매입한다. 대신 대금은 현금이 아닌 ‘트레이딩 크레디트(TC)’로 지급한다. TC는 에이지에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제공 기업단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쿠폰.

A사는 TC를 활용해 400여개 기업이 제공하는 광고나 프린팅 IT솔루션 건설 인테리어 교육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서비스 이용 대금은 TC로만 지불할 수 없고 현금을 같이 써야 한다. 이럴 경우 재고업체는 부실자산 대신 서비스를 제공받고, 서비스제공 기업들은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에이지에스도 떠안은 부실자산을 매각하고 서비스제공 기업들로부터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에이지에스나 재고업체, 서비스제공업체 3자가 모두 혜택을 보는 ‘윈 윈’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고석호 대표는 “삼성 LG 필립스 GM대우 SK케미칼 일양약품 코오롱건설 KB자산운용 등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