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 같은 대나무에서 아시아적 가치 포착했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병관 씨 대나무 사진전
“대나무는 예부터 사철 푸름을 유지하여 군자의 절개를 상징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기품이 있거든요. 곧은 대와 칼날 같은 댓잎의 서릿발 같은 기상을 사진으로 담으면 강한 여운이 남죠.”
10여년간 대나무만 전문적으로 찍어온 사진작가 최병관 씨(57·상명대 교수). 그가 서울 연희동 세브란스병원의 전시공간 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그는 신문사 사진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순수사진을 공부했다. 작년에는 뉴욕의 메이저 사진화랑 소호포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국제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 주제는 ‘은근과 끈기의 대나무‘. 전남 담양 소쇄원과 경남 진주 등지에서 대나무의 아시아적 가치를 공감각적으로 포착한 ‘대나무’ 시리즈(사진) 등 13점을 걸었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단색조의 추상화 같은 작품들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수동식 필름카메라를 고집한다. 사진 작품에 기교를 부리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디지털시대에도 ‘아날로그 사진의 정체성을 탐색해가는 지적 상상력이야말로 매력적인 구동’이라는 사진철학도 갖고 있다.
“대나무의 ‘생얼’을 회색톤으로 잡아냈습니다. 어둠이 잠시 머물다 간 흑색에 가까운 모노톤 사이로 드러나는 은빛의 대나무는 소리없는 깊은 울림을 냅니다. 앵글 속 대나무는 의도적으로 찾아낸 것이기에 야릇한 쾌감까지 느껴집니다.”
모든 작품을 손수 인화하는 그는 대상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서 현상하고 인화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감성의 울림’으로 파악한다.
“사진은 찍을 때마다 구도와 초점 등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디지털카메라는 조작이 간편하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찍어버리죠. 필름카메라로 찍으면 필름 값을 생각해서라도 정성 들여 찍게 됩니다.” 사진의 정체성을 무시한 채 얄팍한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싶지않다는 얘기다.
그와 대나무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들과 전남 담양군 소쇄원에 갔다가 햇빛에 반사된 대나무 숲에서 묘한 감정을 느껴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대나무를 카메라에 담았다. 2000년 초에는 대나무 숲 밖에서 안을 보고 찍은 사유적이고 정적인 작품을 내놓지만 최근에는 대나무 숲 안에서 밖의 세상을 보고 찍은 다소 동적인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
최씨는 대나무를 눈이 아닌 신체로 본다. 자연 살갗의 연장선상에서 잡아내겠다는 것이다.
“대나무 숲에 흐르고 있는 공기,빛, 바람을 느끼며 작업하려 합니다. 그 자체를 몸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죠.”
곧은 대나무만큼이나 한결같은 사진 인생을 걸어온 작가로 남고 싶다는 최씨는 “올해는 중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 대나무의 기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02)733-8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10여년간 대나무만 전문적으로 찍어온 사진작가 최병관 씨(57·상명대 교수). 그가 서울 연희동 세브란스병원의 전시공간 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그는 신문사 사진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순수사진을 공부했다. 작년에는 뉴욕의 메이저 사진화랑 소호포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국제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 주제는 ‘은근과 끈기의 대나무‘. 전남 담양 소쇄원과 경남 진주 등지에서 대나무의 아시아적 가치를 공감각적으로 포착한 ‘대나무’ 시리즈(사진) 등 13점을 걸었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단색조의 추상화 같은 작품들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수동식 필름카메라를 고집한다. 사진 작품에 기교를 부리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디지털시대에도 ‘아날로그 사진의 정체성을 탐색해가는 지적 상상력이야말로 매력적인 구동’이라는 사진철학도 갖고 있다.
“대나무의 ‘생얼’을 회색톤으로 잡아냈습니다. 어둠이 잠시 머물다 간 흑색에 가까운 모노톤 사이로 드러나는 은빛의 대나무는 소리없는 깊은 울림을 냅니다. 앵글 속 대나무는 의도적으로 찾아낸 것이기에 야릇한 쾌감까지 느껴집니다.”
모든 작품을 손수 인화하는 그는 대상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서 현상하고 인화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감성의 울림’으로 파악한다.
“사진은 찍을 때마다 구도와 초점 등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디지털카메라는 조작이 간편하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찍어버리죠. 필름카메라로 찍으면 필름 값을 생각해서라도 정성 들여 찍게 됩니다.” 사진의 정체성을 무시한 채 얄팍한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싶지않다는 얘기다.
그와 대나무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들과 전남 담양군 소쇄원에 갔다가 햇빛에 반사된 대나무 숲에서 묘한 감정을 느껴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대나무를 카메라에 담았다. 2000년 초에는 대나무 숲 밖에서 안을 보고 찍은 사유적이고 정적인 작품을 내놓지만 최근에는 대나무 숲 안에서 밖의 세상을 보고 찍은 다소 동적인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
최씨는 대나무를 눈이 아닌 신체로 본다. 자연 살갗의 연장선상에서 잡아내겠다는 것이다.
“대나무 숲에 흐르고 있는 공기,빛, 바람을 느끼며 작업하려 합니다. 그 자체를 몸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죠.”
곧은 대나무만큼이나 한결같은 사진 인생을 걸어온 작가로 남고 싶다는 최씨는 “올해는 중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 대나무의 기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02)733-8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