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오카’는 브라질의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에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브라질의 최대 상업도시인 상파울루 사람들은 ‘파울리스타’라고 하는데, 상파울루 사람들과 리우 사람들은 서로를 무시하면서 싫어한다.

리우 사람들은 상파울루 사람들을 ‘돈밖에 모르는 일벌레 같은 사람’이라고 비하하고, 상파울루 사람들은 리우 사람들을 ‘게으르고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오십보 백보’인 사람들 간의 논쟁이다. 상파울루 사람들이 좀 더 비즈니스에 적극적이고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지만, 약속시간에 30분 늦게 나타나는 것은 다반사다. 어떤 때는 한 시간 뒤에 나타나기도 한다. 상파울루 교통정체가 워낙 심하다 보니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간 관념이 희박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중요한 행사를 할 때는 초청장에 시작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일찍 표기한다. 대다수 참가자들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요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한 시간 정도 편성해서 예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중요한 행사에 참가하기로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도 다반사다. 중요한 세미나 행사에 주(州)정부 경제개발국장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한 시간 전에 “주지사가 찾아서 참석할 수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예사로 있다.

시간에 대한 무감각한 현상은 후속 비즈니스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한국 기업들은 브라질 바이어와 상담 후 귀국하면 즉시 샘플을 보내고 가격조건 협상 등 본격적인 비즈니스 상담을 기대한다. 대부분 브라질 바이어들이 긍정적으로 말하는 습관이 있어서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기대가 높다.

그러나 브라질 바이어들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항상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회신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을 방문한 기업인들이 무역관을 접촉해서 바이어들의 의중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 기업과 대형의 장기 계약을 체결한 S사는 계약 체결을 위한 계약서 초안 등을 서둘러 보낸 뒤 답변을 독촉하지만, 브라질 파트너의 반응은 냉소적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서둘러 대면 우리와 일하기 어려우니 좀 여유를 가져 달라’는 요청이다. 브라질 비즈니스는 느긋하게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브라질 정부에서 추진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들도 오랜 기간이 걸린다. 브라질 정부에서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우리 기업들도 많은 기대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브라질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고속철 사업이 본격화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 한국 기업들이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앙그라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정을 보면 주요 프로젝트 추진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브라질은 앙그라 원자력 발전소 2호기를 2000년에 완공하고, 3호기 건설은 아직도 부지 정지작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브라질은 1975년 독일의 지멘스사와 앙그라에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시간 약속 안지키는 브라질…초청장에 1시간 일찍 표기
계약 당시에는 1985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되고 1980년대 세계 경제 불황이 오면서 브라질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거의 중단시켰다. 최소한의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앙그라 2호기 원자력 발전소는 25년이 걸려서 완공됐다.

이와 같이 브라질에서는 경기 상황 등에 따라 주요 프로젝트들의 추진 방식이나 시간이 극단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접근과 항상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두영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