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ㆍMMF 인기 하락…노후대비ㆍ헤지펀드 성장 기대

펀드 시장이 `300조 시대'를 열고도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수익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년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채권형과 머니마켓펀드(MMF)도 수익률이 플러스였지만 한자릿수에 그쳤다.

채권형펀드는 안전자산 선호로 그나마 체면이 섰지만 채권금리가 낮아 점차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다.

MMF도 대체할 상품이 많아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출범한 토종 헤지펀드와 100세 시대에 주목받는 노후대비 펀드는 성장이 기대된다.

◇ 펀드 수익률 `마이너스' 시대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기준으로 국내주식형펀드의 작년 1년간 수익률은 평균 -12.08%에 달했다.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는커녕 원금마저 까먹은 셈이다.

해외주식형은 수익률이 -21.70%로 더욱 심각하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인 탓이다.

국내채권형(4.64%)과 MMF(3.13%), 해외채권형(2.38%)은 그나마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지만 4% 안팎에 달하는 은행 예금 이자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 펀드 수익률은 지난 3년과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국내주식형펀드의 3년 수익률은 평균 63.91%였으나 2년 수익률은 6.26%로 크게 줄었고 최근 1년 수익률은 -10%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채권형, 해외주식형, 해외채권형, MMF 모두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펀드 수탁액은 주식형펀드의 경우 2010년 말 103조원에서 작년 말 104조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 기간 채권형은 53조원에서 45조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혼합형은 33조원에서 30조원으로, MMF는 68조원에서 53조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위원은 "지금 펀드시장이 300조원 수준인데 주식형이 많고 앞으로도 시가총액에서 펀드 비중이 커질 여력이 충분해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채권형ㆍMMF 인기 하락
과거 펀드의 대세였던 채권형과 MMF는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주식형 비중이 커지고 파생상품 등 신종펀드가 생겨 펀드 구조가 바뀌었다.

주식형펀드의 수탁액이 2008년 말 84조원에서 작년 말 104조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채권형은 32조원에서 2010년 말 53조원으로 늘었다가 작년 말 다시 45조원으로 급감했다.

저금리 기조로 채권 금리가 낮다 보니 채권형펀드 수익률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기관 투자자는 채권펀드에 돈을 넣기보다 직접투자를 하려고 한다.

수익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펀드에 넣어 비용만 낭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MMF 수탁액도 2008년 말 91조원에서 2009년 말 72조원, 2010년 말 68조원에 이어 작년 말 53조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대체상품이 쏟아지면서 자금이동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환매조건부채권(RP),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수시입출금랩(MMDW) 상품들이 잇따라 선을 보였다.

채권형펀드나 MMF가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지만 금리가 올라가지 않는 한 자금이 많이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세계 투자심리가 불안정해 안전자산 선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주식형보다는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100세 시대 노후대비 펀드 주목
올해 관심을 끌만한 펀드로는 노후준비용 상품과 이제 첫발을 내디딘 헤지펀드가 꼽힌다.

고령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며 노후기간이 늘고 있지만 노후생활 대비를 위한 금융상품 투자는 마땅치 않은 편이다.

고정적인 수익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기적으로 일정 수준의 현금을 만질 수 있는 상품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금저축 펀드나 퇴직연금 펀드, 월지급식 펀드의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

연금저축 펀드는 지난 2일 현재 설정액이 3조1천4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600억원이 늘었다.

퇴직연금 펀드도 2조6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200억원 증가했다.

퇴직연금 펀드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0.25%로 작년 세계 경제위기를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했지만, 연금저축펀드는 -10.04%로 실적이 그리 좋진 않았다.

헤지펀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기관 중 큰 손인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자산 비중을 확대하면 그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창헌 박상돈 기자 chhan@yna.co.kr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