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공자의 삶 춤사위로 풀어냈죠"
“공자의 고향인 중국 취푸(曲阜)에서 초청 공연을 하고 기립박수를 받았을 때 단원들 모두 눈물을 글썽였죠. 무용 ‘공자’(사진)는 성인군자로서가 아니라 인간 공자, 스승 공자를 조명한 작품입니다. 열정적이고 유연했던 삶, 자연과 더불어 하늘을 노래하고 물의 흐름을 주시했던 삶 그 자체를 현대적 몸짓으로 풀어낸 거죠.”

10년간 무용 ‘공자’로 유럽 대륙과 중국 무대를 누비고 다닌 임학선 성균관대 무용학과 교수 겸 국제석전학회장(62). 그는 내달 4~5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한국공연예술센터 우수레퍼토리 시리즈의 일환으로 무용 ‘공자’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올린다. 올해 공연은 무대장치와 이미지가 단순해졌고, 안드레아스 린케스 전 피나바우슈무용단 조명감독이 합류해 현대적인 무대 디자인을 선보인다.

“공자는 주로 학문과 철학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예(禮)뿐만 아니라 악(樂), 즉 춤과 노래와 음악의 기능을 모두 갖추는 예악일치를 중시한 사람이죠. 1장 탄생으로 시작해 학문 고난 임종 부활로 이어지는 총 5장의 이 공연은 사제 간에 ‘서로 주고받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무용 ‘공자’는 인류의 영원한 스승으로 불리는 공자와 유학을 주제로 안무한 세계 최초의 창작 무용이다. 단지 동양정신문화의 한 뿌리로 공자를 예찬한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 속에 살아 숨쉬는 유교적 가치관과 휴머니즘을 공자의 삶과 엮어냈다.

“아기 공자의 탄생은 꿩깃을 양손에 든 일무와 온화한 마음의 소리를 울리는 피리로 표현하고, 고난의 시기는 거문고 선율로 휘몰아치듯 전개합니다. 공자의 임종 후 제자들은 솟대를 들고 니추산 언덕을 넘는 그리움의 춤을 추지요.”

이 작품은 2004년 서울시 무대공연 제작지원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전막 공연을 펼친 이래 같은 해 중국 국제공자문화절 개막공연,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특별공연, 부퍼탈 아다페스티벌 개막공연, 2006년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 파리 유네스코 본부 전막공연 등에서 호평받았다.

성균관대 석전행사 참석차 방한한 공자의 후손들과 중국사 교수들이 이 작품의 오프닝을 보고 중국에 초청해 2009년 국제공자문화절 메인공연을 했고 2010년 중국 베이징대 초청공연, 대만 공연도 가졌다.

“세계는 지금 자연파괴, 인간소외, 전쟁 위협, 인간성 상실 등에 대한 대안으로 공자의 인(仁)사상에 주목하고 있어요.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유교사상의 문화적 재현이라는 점에서 양국 문화 교류 활성화에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