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단 하나밖에 없는 유전성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녹십자는 삼성서울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품목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11일 밝혔다.

헌터증후군은 태어날 때 정상적인 효소가 만들어지지 않아 대사과정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저신장·운동성 저하 등 증상을 보이다가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단 한 개의 치료제밖에 없어 가장 비싼 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시판되는 미국 샤이어사의 엘라프라제 6㎎은 279만원(건강보험등재 상한가)이며, 녹십자가 신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연간 300억원 이상의 치료제 수입대체 효과가 예상된다. 국내에선 70여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헌터라제는 산학협력으로 개발된 바이오의약품이다. 진동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연구과제를 제안한 뒤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주도했고 녹십자가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진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여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31명의 헌터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요를 통해 배출된 효소(뮤코다당체)가 약 30~40% 감소됐고 6분 동안 걷는 거리가 19% 늘어났다.

연구진은 대조약에 비해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했다.녹십자는 올해 하반기 ‘헌터라제’의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세계시장에 진출해 약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올릴 계획이다. 연간 성장률이 11%에 달하는 헌터증후군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대략 5000억원에 달하며 수년 내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