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의 힘'…27만원짜리 冬服이 절반으로 '뚝'
“물가가 올라 교복 가격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복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확히 계산해서 업체에 공동구매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어떨까요?”(김현정 수원시 교복공동구매학부모연대 대표)

지난 9일 오전 11시, 경기도 수원시청 4층 의원자료실. 20여명의 학부모들은 교복 공동구매(공구)에 앞서 보다 저렴하고 질좋은 제품 선택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제품가격조사에서 디자인 선택까지 전문가 수준의 의견을 내놓고 있는 이들은 수원시 교복공동구매학부모연대 소속 학부모들이다.

학부모연대는 고가(高價) 학생 교복에 대한 학부모의 부담이 커지고 불만도 높아지자 교복 공동구매로 교복비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2009년 12월 결성된 모임이다. 이렇게 학부모들이 의견을 모아 공동구매하자 어른옷값만큼이나 치솟던 교복 가격이 십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7만원짜리가 절반으로 ‘뚝’

11일 학부모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수원 27개 중·고교에서 교복 공동구매를 실시한 결과 동복이 12만~14만원, 하복은 5만~6만원 선으로 개별 구매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수원지역에서 중ㆍ고생 브랜드 교복을 개별적으로 구매하면 동복이 25만~27만원, 하복은 10만~11만원 정도 든다.

학부모 박은선 씨(40)는 “신학기면 참고서, 학원비에다 교복까지 부담이 만만찮은데 공동구매를 한 뒤로 교복비 부담이 줄어 좋다”며 “품질도 브랜드 교복과 다를 바 없다”며 흡족해 했다.

입소문이 전해지자 공동구매를 원하는 학교와 학생들도 늘었다. 참여 학교 수는 지난해 27곳에서 올해는 37곳으로 늘었다. 수원 지역 전체 중·고등학교(92곳)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수원 곡반중학교는 지난해 신입생 280명 중 200명이 넘는 학생이 교복 공동구매를 신청했다. 강기연 곡반중학교 운영위원장은 “브랜드 교복 한벌에다 블라우스와 바지 등을 여분으로 추가 구입하면 40만원이 훌쩍 넘는데 공동구매는 비용이 절반 밖에 들지 않고 디자인도 좋아 학부모와 학생 모두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공동구매로 로비 발 못 붙여

학부모연대의 ‘바잉파워’(가격협상력)는 단순히 대량구매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가 힘을 발휘한다.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연대는 원단을 만드는 업체들과 교복생산 공장을 일일이 방문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원가를 나름대로 산정한다. 이렇게 계산된 원가를 토대로 20%가량의 마진을 붙인 적정가로 공개입찰을 진행한다.

3년째 공동구매를 하는 새 노하우가 쌓였다. 유명 브랜드 교복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이 낮아진 비결이다. 학부모연대 소속인 박봉서 수원고등학교 운영위원장은 십수년째 체육복을 만들어온 학부모로, 공동구매 교복의 품질 검사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오완석 경기도의회 의원은 시·도 교육청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관계자들 역시 이해관계가 없이 순수하게 자원봉사를 하기에 특정 업체로 기울거나 수주 로비가 먹혀 들지도 않는다.

김 대표는 “학교별 공동구매가 아니라 여러 학교의 학부모들이 연합해 함께 협상을 하니 교복값이 떨어졌다”며 “공동구매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