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흑자 규모가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과 미국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마저 활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해관(세관)은 10일 “2011년 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1551억달러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보다 흑자 규모가 263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당초 예상치 1600억달러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다.

월별 수출 증가율도 5개월째 감소하며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13.6%로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165억2000만달러로 전월의 145억2000만달러보다는 소폭 증가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무역 흑자폭이 줄어든 것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무역분쟁이 늘어난 데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무역흑자 규모가 2008년(2950억달러)에 비해 47.5%나 줄어들면서 중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절상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며 최소 30% 이상 절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감소,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의 지난해 수출액은 1조898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수입은 1조7434억달러로 24.9% 늘었다.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지난 9일 열린 전국 무역촉진공작회의에서 “올해는 대외 수요 부족으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무역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정적인 수출 성장을 위해 수출촉진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