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마트 시대 종결자 '스마트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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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일삼는 근무 생산성 한계…IT활용 재택·이동근무제 각광
미래성장 위해 기업인식 바뀌길"
이희진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미래성장 위해 기업인식 바뀌길"
이희진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스마트 워크란 특정 시간,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때와 장소에서 일하는 것이다. 스마트 워크의 기반은 물론 스마트 기기로 대변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다. 스마트 워크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출퇴근, 교통량 감소 등으로 환경친화적인 방안으로도 그 가치가 논의되고 있다.
스마트 워크의 필요성은 일 자체 측면에서 더욱 절실하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74시간으로 단연 최장이다.
2위인 폴란드의 1938시간보다도 136시간이나 길다. 최근의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유럽 국가 가운데 드물게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 독일은 1309시간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사회라는 주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허리띠 졸라매고, 한 번 더”라는 식의 ‘스마트’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식상하기까지 한 구호로는, ‘스마트’한 젊은 세대의 근로의욕을 더 이상 고취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유인하고 붙잡아 두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지난해 7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스마트 워크 활성화 전략을 발표한 것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2015년까지 근로자 30%가 재택근무, 이동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워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기업들도 스마트 워크 대열에서 뒤지지 않는다. 단지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차원이 아니라, 몇몇 기업은 선도적으로 스마트 워크를 실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KT는 모든 직원에게 한 달에 5일씩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스마트 워크센터 또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제일모직은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는 자율근무제와 더불어 스마트오피스라는 개념 아래 사무실 공간 혁신을 실시했다.
기존의 고정좌석제 대신 직원들이 그때그때 원하는 또는 필요한 자리에 앉게 함으로써 팀, 부서 구별 없이 섞여 앉게 됐고 이는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소통의 경로와 기회를 가져왔다.
스마트 워크를 고려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부딪힌다. “과연 일을 제대로 할까?” “일과 삶의 조화를 가져올까?” 두 질문은 스마트 워크가 일과 삶의 균형을 낳고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은 앞에 소개한 두 회사 직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일을) 더 많이 오래 한다. 9시 이전에 일하는 모드로 들어 간다.”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그런 느낌을 갖는 날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과 삶의 조화와 관련해서는 한 직원의 말이 인상적이다. 집 근처 스마트 워크센터로 출근하는 그는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이곳으로 왔는데,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2010년 현재 약 23%의 기업이 재택 또는 원격지 근무를 선택가능한 근무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주 소수의 회사만이 이런 유연한 근무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허리띠 졸라매고’ 야근을 일삼고, 사무실에 붙어 있는 시간과 눈도장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북돋고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며,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라면 스마트 워크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희진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heejinmelb@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