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技保 맞소송에 中企 워크아웃 '좌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급보증 채무 손실분담 비율 놓고 갈등
채권단 조정위·법원, 은행측 의견 지지
법·제도 허점 … 부실기업 정상화 지연
채권단 조정위·법원, 은행측 의견 지지
법·제도 허점 … 부실기업 정상화 지연
◆“기보 무임승차 안 된다”
은행권은 기보가 보증한 채권(대출)을 금융권의 채권으로 본다.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하면 기보가 보증한 만큼 빚을 대신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보증 채권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총채권에도 포함된다. 기보는 보증채권 비율에 따라 의결권도 갖는다.
은행권은 기보가 워크아웃 플랜을 확정할 때 의결권을 행사했으니 손실 분담을 함께 지라고 요구한다. 기업이 갚아야 할 대출 원금을 기보가 은행에 대신 갚으라는 것이다. 기업이 당초 지급해야 할 금리에서 워크아웃 플랜으로 감면된 금리를 뺀 차액(이자 차액)도 기보가 대신 은행에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조정위)도 은행들의 의견을 지지한다. 기보가 조정 신청을 제기한 한창제지를 비롯해 코막중공업 코스모텍 등 3건의 안건에 대해 은행 측 주장을 반영한 조정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최근 은행 편을 들었다. 국민은행은 디앤에스모드 워크아웃 플랜과 관련해 기보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대법원)에서 지난해 7월 승소했다.
◆“보증 채무도 워크아웃 대상”
기보 측은 지급보증 채무는 회사 채무와 동일하다(보증의 부종성)는 논리를 편다. 민법상 원칙이다. 워크아웃 플랜에 따라 회사 채무 만기가 연장되고 이자도 감면받는다면 지급보증 채무도 똑같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보는 지급 보증한 채무를 은행에 대신 갚을 수 없으며 이자 손실도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증기관은 보증료 감면으로 손실을 분담하면 된다는 논리다.
기보는 워크아웃의 기본 틀이 근본적으로 보증기관에 불리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은행이 채권단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증기관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기보 관계자는 “정부 자금으로 운용하는 보증기관이 은행권 이해관계에 휘둘리면 혈세를 낭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기보는 작년 대법원에서 패소한 디앤에스모드 관련 소송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는 엇갈린다”고 반박했다. 신용보증기금과 무역보험공사 등 다른 보증기관들도 기보 측 주장에 공감한다.
◆중소기업 정상화 걸림돌
애꿎은 중소기업만 피해를 입고 있다. 코스모텍의 출자전환은 채권단 갈등으로 인해 당초 예정보다 1년 가까이 지연됐다. 회사 관계자는 “출자전환이 늦어지면서 부채비율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대기업 납품물량이 10%가량 줄었고 해외 거래처가 제품 발주를 미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온누리전자도 기보가 5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안을 거부하면서 경영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
법과 제도상 허점도 채권단 간 분쟁을 키우는 요인이다. 현행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는 조정위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워크아웃 플랜에 반대하는 채권자의 법률상 권한(반대매수청구권)도 무력화되고 있다. 기보 관계자는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더니 40억원 채권에 대해 회사 청산가치로 따져 500만원만 인정해줘 협상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1월 24일 오전9시10분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