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성을 모아 쌀을 준비했으니 설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주세요.”

지난 5일 오전 11시께 서울 월곡2동 주민센터에 이런 전화가 왔다. 기부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센터 직원이 곧바로 문밖으로 나가보자 20㎏짜리 쌀 300포대가 배달돼 있었다.

익명의 기부자는 3년째 쌀을 전달해왔다. 센터 직원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지난해 1월 20㎏들이 쌀 200포대를 보내온 기부자와 같은 분이란 걸 알았다”며 “재작년에도 10㎏짜리 쌀 100포대를 같은 방식으로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작은 정성’이라고 말했지만 배달된 쌀은 무려 1350만원 상당에 달한다. 주민센터 직원은 “직원 대여섯명이 붙었음에도 트럭에 한가득 실린 쌀을 옮기고 정리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성북구는 기부받은 쌀을 ‘얼굴없는 천사’의 뜻에 따라 명절이 오기 전 기초수급자와 저소득 가정 등에 골고루 전달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기부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부담스러워할까봐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데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