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하락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사육 마리 수를 줄이기 위해 송아지 사육에 따른 손실보전금 지원액은 줄이면서 소 사육에 따른 비과세 혜택은 늘리고 있다.

소값 정책 '엇박자'…사육수 줄이자면서 농가 비과세는 확대

◆소 사육 장려하는 세법 시행령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돼 농가부업 소득시 세금을 감면받는 금액이 18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된다.

비과세 대상이 되는 소 사육 마리 수도 30마리에서 50마리로 늘어난다. 농가의 부업 규모로 기르는 소 50마리까지에 대해 발생하는 소득은 2000만원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어민의 어려움을 감안해 혜택을 늘려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혜택이 소 사육 마리 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성규 안동대 경제학 교수는 “비과세라는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은 곧 사육을 늘리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안정제 부작용 재연되나

최근의 소값 파동은 정부의 가격 보전 등 지원책에 따른 측면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한우 송아지생산안정제를 1998년 7월부터 시행해 사육 마리 수에 관계없이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면 보전금을 지급해왔다.

현재는 생후 4~5개월된 송아지 가격이 165만원보다 내려가면 최대 30만원을 보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4~5개월된 한우 송아지(수소) 가격이 지난해 4월 192만4000원에서 12월에는 122만6000원으로 급락하면서 작년에만 63억원의 보전금이 지원됐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송아지 생산안정제가 일종의 ‘보험’이 되면서 사육 마리 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는 최근 보전금 기준 가격을 185만원으로 높이고, 사육 마리 수가 과잉이라고 판단되면 보전금 지급을 아예 중단키로 했다.

◆세제 혜택 확대는 신중해야

소 과잉 사육에 따른 부작용은 축산 농가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에서 축산농가를 하는 김모씨는 “지금도 정부에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규모로 축산업을 시작한 뒤 돈이 안 되니까 너도나도 사육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축산업을 쉽게 시작하거나 사육 마리 수를 늘리지 못하게 해야 전체 축산농가가 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산농가 관계자는 “1~2년 전부터 구미에는 공단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축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퇴직금을 날리고 빚만 진 뒤 파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농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사육 마리 수나 비과세 대상자가 얼마나 증가할지 등은 추정해보지 않고 비과세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욱진/서보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