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쇼크에도 유가 안정 왜?
이란의 핵개발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원유시장에는 큰 가격 변동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군사력이 열악한 이란이 설마 미국과 충돌하겠는가’라는 전쟁불가론에 힘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결정한 게 완충 작용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주말보다 소폭 하락, 장중 배럴당 101.17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인 6일에는 전날보다 0.25% 떨어진 배럴당 101.56달러를 기록했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실험 직후인 4일 배럴당 103.22달러를 기록한 뒤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 리비아 내전이 시작되던 작년 4월 WTI 값이 배럴당 113.93달러까지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한다. 이란이 봉쇄를 감행할 경우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의 수입 중 석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이 이란 석유 금수 조치를 발표한 4일 이후 이란 리알화 가치는 12%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논평에서 “이란이 역사적으로 여러 번 호르무즈 봉쇄를 언급했지만 실제 이뤄진 적은 없다”고 전했다.

군사충돌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객관적 전력상 이란은 미국의 상대가 못 된다는 지적이다. 리처드 댈턴 영국 채텀하우스 연구위원은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나 미국 항모 공격시 어떤 일이 생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PEC의 증산 결정 등도 리스크를 완화시켜주고 있다. OPEC은 지난달 160차 정례회의에서 12개 회원국들의 1일 생산량을 하루 2484만배럴에서 올해부터 3000만배럴로 늘리기로 했다. 이란산 석유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 등도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