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OS 생태계' 구축 힘들어 '특화된 SW'로 눈 돌려야
“2015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하고 있는 PC용 운영체제(OS) 시장의 30%를 차지하겠다.”

‘맥 OS’를 만드는 애플의 말이 아니다. 서버용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티맥스소프트의 박대연 회장이 2009년 7월 ‘티맥스 윈도’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이 회사는 독자 기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호환되는 PC OS, 오피스 프로그램, 웹브라우저를 개발했다. 2009년 7월7일 개발 중이던 베타 버전으로 대대적인 시연회를 열었지만 낮은 완성도 탓에 빈축을 샀다.

실제 상품도 볼 수 없었다. 연내 출시하겠다는 호언장담에도 발매 시기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이듬해 6월 티맥스 윈도 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티맥스 코어를 삼성SDS에 매각했다. 4~5년간 투자한 사업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티맥스소프트는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

◆“현재 기술로는 OS 못 만든다”

국내 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훌쩍 넘는다.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의 양강 구도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 대부분은 안드로이드를 OS로 채택하고 있다. 하드웨어 업체들이 구글에 종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대안으로 국산 PC OS, 스마트폰 OS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사용자가 손쉽게 하드웨어를 작동하고 제어·관리하도록 해주는 것이 OS다. 일반 사용자에게 가장 친숙한 프로그램이면서도 핵심적인 프로그램이어서 ‘소프트웨어의 꽃’이라 불린다. 하지만 티맥스 윈도의 실패에서 볼 수 있듯 웬만한 기술로는 개발하기 어렵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으로는 자체 OS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OS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OS의 핵심은 게임, 오피스, 웹브라우저 등 다른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거꾸로 말하면 OS에서 작동될 수 있는 다른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그 OS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호환되는 온갖 종류의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OS로 성공하려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국내 여건상 쉬운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조차 자체 스마트폰 OS ‘바다’를 만들고도 자사의 일부 스마트폰에만 이를 탑재하고 있다.

◆“특화된 소프트웨어에 승부해야”

그렇다고 비관할 일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안드로이드와 iOS의 확산으로 새로운 시장이 생겨났고 그 덕에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기술(IT) 기술 발전을 위해선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앱개발 회사 홍익세상의 노상범 대표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기업용 서비스 구축이 쉽고 독립적 마켓 사업도 가능하다”며 “국내에서 경험을 쌓은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기초 체력을 쌓아 해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으면 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OS보다는 특정 분야에 특화한 소프트웨어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해 HP가 10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영국의 검색 솔루션 전문 기업 오토노미나 전 세계 선박 디자인·운영 솔루션 시장에서 90% 이상을 차지한 핀란드 나파 등이 그 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