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툴에 찍힌 얼음 파편 '팍'…고작 4m 등반, 팔에 쥐나는듯
낫과 비슷하게 생긴 아이스툴로 빙벽을 찍는다. ‘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얼음 조각이 사방으로 튄다.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두 팔을 당기고 아이젠을 찍으며 빙벽을 올라간다. 자일에 의지한 몸은 어느새 바닥에서 4m 위에 올라와 있다.

빙벽등반을 체험해보기 위해 북한산 초입에 있는 서울 우이동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의 인공빙벽장을 찾았다.

실내 인공빙벽장에 들어서니 한기가 확 몰려왔다. 빙벽을 유지하기 위해 실내 온도를 영하 10도 정도로 맞춰놓고 있었다. 입구 오른쪽에는 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이글루가 있다. 김성기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 팀장은 “이곳 실내 빙벽장의 높이는 2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아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며 “한국 빙벽등반 기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흔히 아이젠이라고 부르는 크램폰은 빙벽등반을 하기 위한 필수 장비. 얼음을 찍으며 올라갈 수 있도록 한 뾰족한 침이 4㎝는 돼 보인다. 빙벽화는 일반 등산화와 비슷하지만 밑창이 구부러지지 않는다. 밑창이 구부러지면 빙벽화에 장착한 크램폰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전한 등반을 위해 몸을 자일과 연결해주는 안전벨트인 하네스를 허리에 차고 안전모를 쓰니 준비 끝.

등반 경력 47년의 베테랑으로 등산교육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장(74)이 직접 교육에 나섰다.

무엇보다 아이스툴을 잘 사용해야 한다. 아이스툴을 꽉 쥐지 않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얼음을 찍는 게 포인트다. 기본 자세는 양 팔과 양 다리를 쭉 펴서 몸을 X자로 만드는 X보디다. 양 팔로 얼음을 찍어 올라갈 공간을 만든 뒤 발 앞쪽에 달린 크램폰을 이용해 얼음을 찍으면서 올라간다. 조금 숙련되면 팔과 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올라가는 N보디 자세나 지그재그 자세 등으로 빙벽을 탈 수 있다.

한 팔부터 얼음을 찍어보지만 쉽지 않다. 양쪽을 모두 찍은 뒤 팔을 당겨 몸을 올리며 발을 얼음 위쪽에 찍어본다. 이 교장은 “발을 11자로 만들어 얼음 위를 걷는다는 느낌으로 올라가야 한다”며 “장비를 믿고 하체를 이용해 딛고 일어서야 한다. 팔로만 당기면 한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발 한발 떼다보니 어느새 바닥에서 4가량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초보자인지라 상체만 쓰다보니 근육이 뭉쳐 팔을 뻗기조차 힘든 상태까지 왔다.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하강”이라고 소리치며 자일을 타고 쭉 내려왔다.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스릴을 느끼며 지상에 안착하니 팔과 어깨 등을 비롯한 상체에 근육통이 몰려온다.

이 교장은 “얼음 위에서 몰입하다보면 무아의 경지에 도달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빙벽등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오늘 4m를 올라갔으면 내일은 6m를 목표로 삼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취감을 만끽하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빙벽등반을 배우려면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kolonschool.com)의 빙벽반을 수강하면 된다. 교육센터의 실내 인공 빙벽에서 기본자세를 익힌 뒤 충북 영동의 송천빙벽을 타는 5박6일 과정(수강료 30만원)을 거치면 초보 수준을 면할 수 있다. 누구나 3개월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자연 빙벽을 등반할 수 있다. (02)3677-8520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