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가짜 앞니 붙이고 '어눌한 마라토너' 만들었죠"
지난해 설 연휴 흥행에 성공한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478만명)의 주연 김명민이 이번 설 연휴에도 ‘페이스메이커’(19일 개봉)로 연타석 흥행 홈런에 도전한다.

동료 마라토너가 신기록을 내도록 30㎞ 지점까지 속도를 끌어주는 만년 페이스메이커인 주만호가 생애 최초로 자신을 위해 42.195㎞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역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으로 정평난 김명민은 주만호 역을 위해 인공치아로 앞니를 튀어나오게 한 뒤 연기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주만호는 루저죠. 후배들에게 괄시당하고 무시당할 만한 군색하고 모자란 사람이에요. 발음이 새고 어눌하면서도 달릴 때는 절박감을 지닌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치아가 도드라지는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틀니를 꼈습니다.”

왕년의 명배우 말런 브랜도가 ‘대부’의 마피아 두목 역을 맡았을 때 아래턱을 쭉 내밀어 고집불통이란 인상을 심어줬던 것을 연상시킨다. “직장에서는 동료 마라토너를, 집안에서는 동생을 위해 사는 주만호는 자신의 외모를 돌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고 머리 모양도 어벙하게 깎았습니다. 항상 땀범벅으로 사는 마라토너라면 그런 모습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고생이 심했다. 인공치아를 착용하니 금세 침이 괴고 이가 시 렸다. 달릴 때는 호흡도 가빴다. 처음에는 한 시간 착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차츰 시간을 늘려 틀니를 착용한 채 잠을 잘 수도 있게 됐다.

“무엇보다 마라톤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프로답게 뛰는 게 중요했어요. 원래 마라톤을 좋아해 2000년 풀코스를 4시간10분에 완주한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오인환 감독에게 기본폼을 배우면서 석 달간 거의 매일 20㎞ 이상 뛰었어요. 그러다 보니 마라토너들처럼 허벅지 앞뒤 근육이 튀어나오더군요. 뛸수록 체력도 좋아지고요.”

마라톤은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제대로 된 폼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다리가 유체이탈된 느낌이라고. 이번 촬영에서도 30㎞를 뛰고 나면 3㎏이 빠졌다. 그러면 다시 많이 먹어 체중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정답은 없어요. 구태여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배우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료는 같아도 요리사에 따라 방법이 다르죠.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주만호란 인물이 그저 밋밋했어요. 그런데 계속 읽으면서 그의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군요.”

그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불치병 환자 역을 위해 20㎏ 감량했다. 방송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편집증적인 지휘자로, ‘하얀거탑’에서는 야망에 불타는 의사로 변신해 독특하게 연기했고 ‘조선명탐정’에서는 코믹한 탐정 역으로 흥행에 대성공했다.

“연기에는 장르가 따로 없습니다. 강마에도 처음에는 이상한 캐릭터여서 그만둘까 했지만 자꾸 고민하다 보니 새 길이 보이더군요. 앞으로도 새 인물을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겁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