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터넷 업체들이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해적 금지 법안’(Stop Online Piracy Act·SOPA)에 항의하는 뜻으로 오는 23일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SOPA는 특정 웹사이트가 저작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정부가 해당 웹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법안 골자다.

인터넷매체인 익스트림테크는 4일 “구글 야후 아마존 징가 페이스북 등이 SOPA를 저지하기 위해 블랙아웃(black out)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아웃은 군사용어로 본격적인 공격에 앞서 핵공격으로 적의 방어체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익스트림테크는 “구글이 다른 검색은 불가능하게 하고 ‘SOPA는 무엇인가’라는 텍스트만 검색할 수 있게 만들고 의회에 항의할 수 있는 전화번호만 볼 수 있게 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블랙아웃을 실행하는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24일 의회에서 토론회가 예정돼 있어 전날인 23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은 SOPA가 온라인 검열을 합법화한다고 우려 하고 있다. 그들은 “SOPA는 웹사이트에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는 단순 주장만으로도 해당 웹사이트를 닫을 수 있는 인터넷 블랙리스트법” 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미 정부가 인터넷망을 통해 저작권 침해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SOPA 법안’이 인터넷 관련 단체와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라마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당·텍사스)은 SOPA를 발의했다. 이 법안이 기존 저작권법과 다른 것은 사이트에 불법 저작물을 올린 이용자를 처벌할 뿐만 아니라 그 사이트 도메인을 강제로 차단할 수 있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강제성 때문에 인터넷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글 등은 미 정부가 이 법안을 바탕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이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이 인터넷 검열을 할 것이라며 SOPA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징가, 야후, 트위터 등은 최근 공동으로 법안 반대 서한을 미 의회에 보내고 심야 시간에 홈페이지 전체를 검은색으로 바꾸는 등 항의하기도 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