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기 정당' 이어 `錢黨' 오명까지 쓰나 위기감
친이계 존립 흔들...쇄신 맞물려 與분열 가능성도

한나라당은 18대 국회가 출범한 지난 2008년 이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3차례 개최했다.

2008년 박희태 대표, 2010년 안상수 대표, 2011년 홍준표 대표를 선출한 전당대회가 그 것으로, 그때마다 계파 및 세력 간 첨예한 갈등으로 네거티브를 비롯한 과열양상을 빚어왔다.

특히 고승덕 의원이 전당대회 당시 대표로 선출된 한 명으로부터 현금 300만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받았다고 밝힘에 따라 그동안 회자된 `전당대회 돈 봉투 설(說)'이 사실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돈 봉투 전대' 실상은 = 지난 3차례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선거비용 상한액은 2억∼2억5천만원이었다.

1억원 안팎의 기탁금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전당대회 후보 1명이 쓸 수 있는 선거비용은 1억2천만∼1억3천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집행된 선거비용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는 40억원을 썼다는 말도 있다"고 전할 정도다.

주로 대의원 표를 좌지우지하는 당협위원장들에게 `돈 봉투'가 전달됐다는 것이다.

항간에는 고승덕 의원이 밝힌 것처럼 의원들에게 대체로 300만원이 주어졌다는 말도 있고, 호남 등 취약 지역의 당협위원장 1명에게 건네는 액수는 `500만원'으로 단가가 정해져 있다는 소문도 있다.

지난 2008년 첫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는 여의도 한 중국음식점에서 당협위원장들을 모아 돈 봉투를 돌렸다는 소문도 있다.

상대 후보 측에서는 이를 감지했으나, `쉬쉬'하는 바람에 물증을 잡지는 못했다고 한다.

친이(친이명박)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안상수 후보와 범친이계이면서도 비주류인 홍준표 후보가 맞붙어 가장 격화됐던 지난 2010년 전당대회 때는 노골적인 `금전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한 후보 측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서 은밀하게 `얼마 이상을 주면 몇 표를 가져오겠다'는 제안이 왔다"며 "이 상황을 후보에게 보고했지만, 후보가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다른 후보 측 관계자는 "특정 후보의 경우 비례대표 의원에게 돈 봉투를 돌리는 역할을 맡겼다는 말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10년 7월14일 전당대회 당일에는 현장에서 돈을 돌리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모 후보 측이 대학생 20여명에게 5만원씩을 나눠주는 현장이 사진에 포착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정견발표가 이뤄지는 동안 당 지도부가 긴급회의를 갖는 등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다만 "조사 결과 표 매수가 아닌 선거운동에 대한 정당한 범위의 일당 지급"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돈 봉투 논란은 일단락됐다.

◇`돈봉투 전달' 전직 대표는 = 고승덕 의원은 `돈 봉투 사건'의 전말을 밝히면서 금품을 건네 인사에 대해 `(대표로) 당선된 후보 중 한 명', `친이계'라는 단서만을 남겼다.

고 의원은 그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고 함구하고 있지만, 2008년 박희태, 2010년 안상수, 지난해 홍준표 대표가 각각 탄생한 만큼 이들 3명 중 1명이 돈 봉투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모두 친이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의장인 박희태 전 대표는 18대 총선 공천 시 `낙천'의 고배를 마셨지만, 곧바로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2008년 18대 국회 첫 한나라당 대표에 올랐다.

또한 친이계 중심의 최대 의원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을 이끈 안상수 전 대표 역시 2010년 전대에서 친이계로부터 적극 지지를 받았다.

간발의 차로 2위에 그친 홍준표 후보는 당시 "바람은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희태 의장과 안 전 대표는 모두 돈 봉투 사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박 의장 측 관계자는 "박 의장은 매우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였으며,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안상수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전당대회 과정은 물론 평상시에도 돈 봉투를 준 적이 없다"며 "고승덕 의원은 내가 당 대표가 되고 나서 국제위원장으로 중용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고승덕 의원이 "6개월 뒤 동료 의원들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주면서 지지의사를 확실히 밝혔어야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한 만큼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준표 전 대표는 `돈 봉투를 전달한 전직 대표 후보군'에서 제외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돈선거 근절..쇄신 드라이브 걸리나 = 한나라당 비대위가 돈 봉투 파문이 불거지자마자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한 점은 `돈 선거 근절'을 위한 고강도 쇄신 드라이브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지난 2002년 대선 직후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써야 했던 한나라당으로서 `전당(錢黨)대회 정당' 이미지를 떠안은 모양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과거 당 대표 시절 `차떼기 정당'으로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막 당사'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에도 이에 상응하는 쇄신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겠지만, 당장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공천 배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실제 여의도연구소가 검토했던 공천안에서도 현역 의원의 `비공천' 기준 중 하나로 `재공천 시 여론 악화로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가 포함돼 있다.

동시에 당내 윤리규정 강화는 물론, 금품ㆍ뇌물 사건 등에 연루된 당내 인사들의 영구 퇴출 등의 고강도 조치와 함께 당내 각종 선거과정에서의 금품수수 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비대위 내 정치개혁분과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국ㆍ당내 역학구도 파장 = 고 의원의 돈봉투 수수 주장은 여권 전체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당장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은 만사가 돈이면 다 되는 '만사돈통' 정당"이라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나서 4ㆍ11 총선의 주요 변수중 하나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당내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이해 당사자로 거론되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 전 대표가 "돈 봉투를 건네지 않았다"며 강력 부인하는 상황에서 고 의원이 검찰에서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지루한 진실공방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검찰 수사결과와 관계없이 두 사람 모두 친이계라는 점에서 친이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구주류, 비주류로 밀려나 안 그래도 존재감이 없는 친이의 존립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대로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박근혜 비대위'는 보다 확실하게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비대위 일각의 `MB정부 실세 용퇴론' 속에 친이계가 다시 뭉치고 있는데다 당 정강에서 `보수' 표현을 빼려는 비대위에 대한 당내 반발도 간단치 않아 쇄신 논란의 와중에 여권 전체가 분열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