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백혈병치료제 상반기 출시
아시아 최초의 백혈병 치료제가 국내에서 나왔다. 국내 18번째 신약인 이 치료제는 기존 백혈병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 치료를 위한 2차 치료제로 개발돼 올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이희성)은 일양약품이 개발한 ‘슈펙트’(캡슐)의 제조·판매를 허가한다고 5일 발표했다. 슈펙트는 ‘라도티닙염산염’을 주성분으로 하는 신약으로, 기존의 대표적 백혈병 치료제인 미국 노바티스의 글리벡정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임상시험 결과 밝혀졌다.

일양약품은 2001년부터 백혈병 치료제 연구를 시작, 이매티닙(글리벡), 닐로티닙(타시그나), 다사티닙(스프라이셀) 등 기존 백혈병 치료제 성분에 내성이 있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9개 종합병원과 인도, 태국 등에서 임상 1, 2상을 진행했다. 임상 결과 초기 반응도와 약효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유효율이 글리벡보다 높았고 심장독성, 폐부종 등 기존 제품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는 등 높은 안전성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이 약의 연구·개발(R&D)에 2006년부터 43억원을 지원해왔다.

일양약품은 슈펙트를 기존 치료제보다 최대 30% 저렴한 가격에 올 상반기쯤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효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며 “특히 백혈병 치료제 시장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단기간 ‘표준 치료제’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또 향후 1차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인도·태국·필리핀 등 아시아권 20여개 병원에서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허가 절차가 완료되는 내년 하반기께는 시중에 1차 치료제로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매년 300명 이상의 백혈병 환자가 발생하며, 이들의 치료에 연 1000억원가량의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된다.

세계 백혈병 표적치료제(항암제) 시장 규모는 50억 달러에 이르며 지금까지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식약청 관계자는 “치료제의 수입대체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등 세계 시장에서 백혈병 치료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