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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약속 안 지키는 카드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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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서 경제부 기자 cosmos@hankyung.com
    [취재여록] 약속 안 지키는 카드업계
    금융감독원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용카드 소비자 권익 강화 방안이 지지부진하다. 반년이나 지났지만 도무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이 지난해 8월 카드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협조를 당부하고, 사장들 또한 한목소리로 맞장구를 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늦어질 줄은 몰랐다. 카드 연체이율과 리볼빙 서비스 금리 인하로 연간 수백억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더니 감감 무소식이다.

    카드사장단 간담회 이후 연체이율을 조금이라도 낮춘 카드사는 KB국민카드가 유일하다. 리볼빙 서비스 금리를 내린 곳도 하나SK카드뿐이다. 카드사들은 전산 시스템 개편 등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시기를 미루면서 아직도 ‘준비 중’이라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실행을 장담하다가 올초까지는 마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1분기 중에 하겠다며 발을 뺐다.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예상했던 효과가 나오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기대만큼 효과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당초 금감원은 소비자 권익 강화 방안이 실현되면 연간 380억원이 넘는 돈이 고객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2단계에 불과한 연체이율 구간을 3단계 이상으로 확대해 55억원을 아낄 수 있고, 일시불이나 할부구매 같은 신용판매 부문의 리볼빙 서비스 금리 인하로 326억원이 추가 절약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태도는 너무 미온적이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약정금리가 연 18%를 밑도는 고객의 연체이율을 1%포인트 내렸을 뿐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인하 수준을 비슷하게 맞춘다는 생각이어서 금감원의 추산은 말 그대로 ‘추산’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 금리 인하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카드사들이 수익 감소를 우려해 적극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미적거리는 카드사들을 독려하고 다그치는 데 부족함이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불합리한 부분을 고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도 금감원은 금리 인하에 따른 실제 소비자 이익이 기대에 부합하는지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카드사나 금감원 모두 ‘신뢰’가 생명이다. 소비자와의 약속은 다른 어떤 약속에 앞선다. 다른 어떤 카드 대책을 내놓아봐야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박종서 경제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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