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새해 첫 개장일인 3일 최근 8개월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치솟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수급 불안과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작년 5월 이후 최고가로 치솟았다고 4일 보도했다. NYMEX에서 2월물 WTI는 전 거래일보다 4.2% 급등한 배럴당 102.96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국제상품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값도 4.4% 상승한 배럴당 112.13달러까지 올랐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0.97% 상승했다. 4일에는 전날 급등에 대한 반발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유가 상승은 이란 핵문제와 미국 및 중국의 경제지표 호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수송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원유시장에 중동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호전도 원유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탰다. 지난달 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와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가 동향에 대한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리비에르 야콥 페트로메트릭스 원유 분석가는 “원유 생산 세계 4위인 이란의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유가는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레이더들의 말을 인용, “돌발변수가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반면 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비아 사태 때도 유가는 평균 100~120달러 선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최근 이란 문제도 호르무즈 봉쇄나 전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