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송들이 올해 뉴스 프로그램을 크게 늘리고 쇼·오락 프로그램을 대거 퇴출시켰다. 사회주의의 이념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 등의 상영시간도 축소돼 한류 확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4일 “전국 34개 위성방송의 올해 프로그램 개편 결과 오락 프로그램이 지난해 126개에서 38개로 70% 줄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뉴스 프로그램은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 방송들의 이런 편성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TV 방송에서 저급한 문화를 척결하겠다며 내놓은 새로운 규제안에 따른 것이다. 당시 광전총국은 방송사들에 황금시간대(오후 7시30분~10시)에 오락 프로그램을 1주일에 2개까지만 허용하고, 하루 최대 방송시간을 90분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많은 인기 오락 프로그램들이 폐지되는 수모를 당했지만 대표적 짝짓기 프로그램인 장쑤TV의 비성물요(非誠勿擾)는 건재하다고 신경보가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2년 전 한 여성 출연자가 “BMW 차를 가진 남자에게 상처를 받는 게 자전거를 타는 남자와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말해 중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반면 위성방송들은 하루에 193개 뉴스 프로그램을 89시간 방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위성방송국들의 뉴스 프로그램 방송시간은 평균 2시간이 넘게 됐다. 전국방송인 CCTV를 비롯해 베이징 허베이 상하이 광둥 신장 푸젠 등에서는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뉴스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광전총국 관계자는 “위성방송들이 중국의 전통적인 미덕과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오락화 경향이 현저히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가 광범위한 미디어에 대한 통제 방안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루머를 단속한다는 이유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했으며 선정적 내용의 방송광고도 금지시켰다. 또 같은 달 열린 17기 공산당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문화체제 개혁을 통해 사회주의적 문화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