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자 해당 안돼…'선박왕' 재판에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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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왕'세금 안낸다
적부심 민간위원 전원 국세청 판단과 달라
적부심 민간위원 전원 국세청 판단과 달라
1600억원대 세금을 놓고 국세청과 ‘구리왕’ 차용규 씨가 맞선 대결에서 승패를 가른 요인은 차씨가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적부심사위원회 위원 11명 중 외부 위원 6명 전원이 “차씨는 국내 거주자가 아니다”고 판단, 차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득세법에 규정된 국내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이다. 국외에서 직업을 갖고 1년 이상 계속 거주해도 국내에 가족 및 자산이 있는 등 생활의 근거가 국내에 있으면 역시 거주자에 해당한다. 반면 계속 해외에서 거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비거주자로 본다.
국세청의 과세 근거는 차씨가 실질적으로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는데도 카작무스 주식의 명의를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로 옮겨 놓은 뒤 이 주식을 팔아 한국과 주요 거주지인 영국 중 어디에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차씨는 조세피난처인 라부안에 페이퍼컴퍼니 2곳을 설립, 한국 내 호텔과 백화점 등 부동산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앞서 조사 과정에서 차씨가 국내 거주자인 점을 밝혀내기 위한 정황 증거를 수집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으나 적부심사위원회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로 홍콩과 영국을 오가며 살고 있고, 한국에는 1년에 한 달 정도만 머물렀으니 국내 거주자가 아니다”는 차씨의 주장이 적부심사에서 받아들여졌다.
차씨는 삼성물산 직원으로 일하다 1995년 카자흐스탄 최대 구리 채광·제련업체 카작무스의 위탁 경영을 맡았다. 차씨는 2004년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에서 철수할 당시 투자 지분을 인수, 2005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2006~2007년 이 지분을 전량 매각해 1조원대의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차씨의 사업 파트너인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3세 블라디미르 김씨가 카작무스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국세청은 약 3400억~4000억원이 차씨의 몫이라고 판단했다.
‘구리왕’ 차씨에 앞서 9700억원대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역외 탈세한 혐의로 약 41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 대한 과세에서도 국내 거주자 여부가 쟁점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권 회장보다 차씨가 국내 거주자 여부 논란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근거가 많아 차씨의 경우 국세청이 처음부터 불리했다”고 분석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의 경우 부인 등 가족들이 한국에 있고 경영 활동도 한국에서 했기에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차씨는 가족이 모두 해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와 권 회장은 같은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포착됐으나 국세청은 양측에 대한 법적 대응 조치도 달리 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해 그는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차씨는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는 차씨의 탈세 고의성을 입증하기 힘들다고 국세청이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관계는 다르지만 쟁점이 유사한 사건이니 권 회장의 재판부 등이 차씨 건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이고운 기자 kdg@hankyung.com
■ 과세전 적부(適否)심사제
과세당국에서 세금 고지하기 전에 과세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해 납세자가 불복 사유가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납세자 권리 구제제도. 1996년 도입됐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외부의 조세전문가와 국세청 직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심사한다.
소득세법에 규정된 국내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이다. 국외에서 직업을 갖고 1년 이상 계속 거주해도 국내에 가족 및 자산이 있는 등 생활의 근거가 국내에 있으면 역시 거주자에 해당한다. 반면 계속 해외에서 거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비거주자로 본다.
국세청의 과세 근거는 차씨가 실질적으로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는데도 카작무스 주식의 명의를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로 옮겨 놓은 뒤 이 주식을 팔아 한국과 주요 거주지인 영국 중 어디에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차씨는 조세피난처인 라부안에 페이퍼컴퍼니 2곳을 설립, 한국 내 호텔과 백화점 등 부동산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앞서 조사 과정에서 차씨가 국내 거주자인 점을 밝혀내기 위한 정황 증거를 수집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으나 적부심사위원회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로 홍콩과 영국을 오가며 살고 있고, 한국에는 1년에 한 달 정도만 머물렀으니 국내 거주자가 아니다”는 차씨의 주장이 적부심사에서 받아들여졌다.
차씨는 삼성물산 직원으로 일하다 1995년 카자흐스탄 최대 구리 채광·제련업체 카작무스의 위탁 경영을 맡았다. 차씨는 2004년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에서 철수할 당시 투자 지분을 인수, 2005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2006~2007년 이 지분을 전량 매각해 1조원대의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차씨의 사업 파트너인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3세 블라디미르 김씨가 카작무스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국세청은 약 3400억~4000억원이 차씨의 몫이라고 판단했다.
‘구리왕’ 차씨에 앞서 9700억원대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역외 탈세한 혐의로 약 41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 대한 과세에서도 국내 거주자 여부가 쟁점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권 회장보다 차씨가 국내 거주자 여부 논란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근거가 많아 차씨의 경우 국세청이 처음부터 불리했다”고 분석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의 경우 부인 등 가족들이 한국에 있고 경영 활동도 한국에서 했기에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차씨는 가족이 모두 해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와 권 회장은 같은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포착됐으나 국세청은 양측에 대한 법적 대응 조치도 달리 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해 그는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차씨는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는 차씨의 탈세 고의성을 입증하기 힘들다고 국세청이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관계는 다르지만 쟁점이 유사한 사건이니 권 회장의 재판부 등이 차씨 건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이고운 기자 kdg@hankyung.com
■ 과세전 적부(適否)심사제
과세당국에서 세금 고지하기 전에 과세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해 납세자가 불복 사유가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납세자 권리 구제제도. 1996년 도입됐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외부의 조세전문가와 국세청 직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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