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도 변호사…그런데 어디 가지?
3일 오전 9시 서울 연세로 연세대 백양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졸업 예정자들을 상대로 처음 시행되는 변호사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험생들이 속속 들어섰다. 건물 현관에서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30분 전부터 대학원생 4명과 함께 수험생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학원생들은 물과 음료가 든 병을 일일이 수험생에게 나눠줬다.

이날 오전 기온은 영하 7도. 롱코트 차림의 신 원장은 현관 안쪽으로 밀려오는 바람을 따라 연신 입김을 내뿜었다. 신 원장은 “3년 동안 공부해온 첫 졸업생들의 좋은 결과를 기원하기 위해 나왔다”며 “변호사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지만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험은 연세대를 비롯해 중앙대 한양대 고려대 등 4곳에서 진행됐다. 시험 첫날인 이날 시험 과목은 공법으로 오전 10시~11시10분엔 선택형, 오후 1시30분~3시30분엔 사례형, 5~7시에는 기록형이 치러졌다.

전국의 로스쿨 3학년생 2000여명 가운데 응시원서를 낸 인원은 1698명. 정부가 앞서 밝힌 대로라면 이 가운데 1500명가량이 합격해 서류상 경쟁률은 1.13 대 1에 그친다. 법무부에 따르면 그나마 30여명은 원서를 내고서도 시험을 보지 않았다. 웬만한 졸업생이면 변호사 시험은 통과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학생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법조인’으로 취업은 바늘구멍 통과하기가 됐다.

시험 난이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대 로스쿨 김모씨(25)는 “문제가 쉽지 않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한 달 전부터 서울 신림동에 올라와 시험을 준비했다는 경북대 로스쿨의 박모씨(33)는 “채점을 해보지 않아 시험의 난이도는 모르겠지만 시험시간은 모자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시험을 친 김모씨(36)는 “경쟁률이 낮다지만 시험이 어려워 대량 과락 사태가 날지 걱정이 된다”며 “과락 학생이 많아지면 1500명 이하로도 뽑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지방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딸을 둔 한숙자 씨(59)는 “3년간 공부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박순철 법무부 법조인력과장은 “5명에게 물었는데 1명은 어렵다고 하고 2명은 해볼 만하다더라”며 “나머지 2명은 예민해서인지 대답도 안 했다”고 말했다. 전북대 로스쿨의 박모씨(41)는 “공법이 사법시험 1차보다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변호사 시험은 중간휴일로 5일을 건너뛰고 7일까지 4일간 치러진다. 4일에는 형사법, 6일에는 민사법, 7일에는 민사법과 전문법이다. 연간배출 변호사 2000명 시대를 맞아 로스쿨 첫 졸업생들은 불안한 장래 때문인 듯 대부분 신중하고 초조한 표정이었다. 4월10일 합격자 발표가 나도 이들의 앞길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현일/김우섭/하헌형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