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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외국계에 놀아나는 옵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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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취재여록] 외국계에 놀아나는 옵션시장
    옵션 트레이딩 경력 8년차인 A증권사의 김모 과장은 지난해를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온다. 11월 한 달간 손실만 5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최악의 1년을 보냈다. 그나마 해당 트레이딩팀 안에서 김 차장은 실적이 좋은 편에 속한다. 대규모 손실을 내고 회사를 떠난 동료도 있다.

    국내 옵션트레이더들의 저조한 성적은 외국계의 알고리즘 트레이딩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과장은 “추세를 따라가며 매매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향을 틀거나 작은 호가 변화에도 매매를 성사시키는 바람에 베테랑 트레이더들도 농락당했다”고 털어놨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주식 및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기법이다. 짧은 시간에 주문을 대량으로 내고, 한발 앞서 시장을 조성하는 전략도 구사한다.

    2009년부터 국내 옵션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외국계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지난해 거래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막대해 국내 증권사들을 압도한다. 한 외국계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문회사에서만 작년 한 해 1000억원 이상을 벌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옵션시장은 한쪽이 따면 다른 쪽은 잃을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다. 그동안 수익을 내던 기관투자가들까지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밀리면서 개인투자자는 설 곳이 없어졌다. 한화증권 전략운용팀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는 손으로 매매하든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이용하든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수익을 낼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내가격옵션(ITM) 시장에선 대부분 밀려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라고 자랑하는 국내 옵션시장이 외국계 알고리즘 트레이딩 회사들의 독무대가 돼가고 있다. 알고리즘 전략과 관련한 인프라가 뒤처지는 국내 투자자들은 상당 기간 이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외국인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옵션 시장에서 얼마를 벌어갔는지도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집계가 가능하지만 번거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보다 수수료 수입의 30%를 차지하는 옵션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란 증권가의 쓴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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