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 "中企 위해 4000억 희생 감수"
“올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4000억원 정도의 이익 감소는 감수하겠습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58·사진)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순이익 목표를 지난해보다 4000억원가량 줄어든 수준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올해 경제여건이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핵심 고객인 중소기업이 건강하지 않고선 기업은행만 나홀로 잘나갈 수 없다는 것을 주주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이날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모든 보증부대출(보증비율 80% 이상)의 대출금리를 0.5%포인트 내렸고 신용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 금리도 최대 2%포인트 인하했다. 이 같은 조치로 기업은행은 연간 순이익이 2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이란 게 조 행장의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또 올해 중 취할 다양한 중기 지원책으로 순이익이 2000억원 정도 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행장은 “은행들이 과거처럼 ‘비올 때 우산 뺏는’ 식으로 경영하는 시대는 갔다”며 “어려울 때 우량기업을 살리는 것이 은행이 사는 법이라는 것을 기업은행이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부터 2010년 말까지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순증(19조3000억원)의 91%인 17조6000억원을 도맡아 취급했다. 하지만 철저한 위험관리로 2010년에 이어 지난해 2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올해도 중기 대출 규모를 줄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 행장은 “일단 올해 중기 대출을 36조원으로 설정했지만 경우에 따라선 이보다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은행은 연대보증제도 개선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조 행장은 “지난달부터 기업주가 연대보증을 설 경우 보증 책임을 과도하게 부과해 온 포괄 및 한정근보증 제도를 금지하고 개별 대출에 대해서만 보증을 서는 특정근보증으로만 운용토록 연대보증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이 같은 중기 지원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선 예금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개인고객 1000만명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창구조달 예금 100조원을 이루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기 대출 100조원, 총자산 2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창구 예금은 94조5000억원, 중기 대출은 98조6000억원, 총자산은 197조원이다. 기업은행은 KT와 함께 공중전화부스를 리모델링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하는 ‘길거리점포’를 100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조 행장은 미래 성장동력인 문화콘텐츠기업 육성을 위해 연간 1500억원을 투입하고 해외 현지은행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