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며칠 전 신문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실업률이 13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불과 3년 전만해도 노동시장 유연화와 서비스산업 비중 확대로 실업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신문보도를 접했었는데, 지금은 유로지역 국가채무위기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청년층 실업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의 진원지가 되어 유럽경제를 흔들고 그 여파로 세계경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서 유로국가채무위기가 왜 일어났으며 그로 인한 위기 영향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요. 또한 성악공부를 위해 이탈리아로 떠난 여자친구가 이런 위기에 괜찮을지도 궁금합니다.

A. 이탈리아로 유학간 여자친구 걱정은 크게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3년 전에 비해 유로화 가치가 원화 대비 많이 떨어졌거든요. 이는 적은 원화로 많은 유로화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니 이탈리아에서 생활 중인 친구에게는 이득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한 대로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유로지역의 높은 실업률은 유럽 전반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청년실업률도 30% 수준에 이르고 있다니 과히 실업률이 고공행진 중이라고 말할 수 있죠. 이런 유로 환율하락과 실업률 증가는 모두 ‘유로지역 국가채무위기’에 기인합니다. 그렇다면 유로지역의 국가채무위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요즘 신문 경제면에는 ‘유로지역 국가채무위기’에 대한 기사가 상당한 분량으로 거의 매일 실리고 있죠. 왜 유로지역 국가채무위기가 이렇게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을까요? 유로지역은 유럽의 여러 나라가 독자적인 화폐 사용을 포기하고 ‘유로(euro)’라는 이름의 화폐를 함께 사용하는 지역입니다. 출범 첫해인 1999년에는 11개국이 참여하였으나 현재는 17개로 늘어났습니다. 국가채무위기란 국가가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기업처럼 부도가 날 수 있는 상황을 말하죠.지금 유로지역에서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자력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스페인, 이탈리아도 국가의 빚을 못 갚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금융시장에 번지고 있죠. 유로지역은 세계경제의 19%(GDP:국내총생산 기준)를 차지하여 미국 다음으로 크기 때문에 국가채무위기로 유로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되면 많은 나라가 큰 영향을 받게 되죠.

◆왜 유로화를 사용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여러 나라가 같은 화폐를 사용하면 많은 편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그리스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죠. 유로화 도입 이전에는 그리스 수입업자가 자동차 대금을 은행에서 독일 돈(마르크, Mark)으로 바꾸어 독일 수출업자에게 송금했어요. 이때 그리스 돈(드라크마, Drachma)을 독일 돈으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들었고 계약 당시보다 그리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 이에 따른 손해(환차손)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유로화 도입 이후에는 그리스 수입업자와 독일 수출업자가 모두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무역거래에서 환전비용이나 환차손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죠. 이처럼 거래비용이 없어짐에 따라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지역 내 무역거래는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여행객도 크게 늘고 덩달아 각국의 여행 수입도 늘어났죠.

◆그럼 왜 국가채무위기가 발생했을까

다시 독일과 그리스의 관계를 생각해보죠. 자동차 생산기술면에서 독일에 크게 뒤처진 그리스는 독일로부터 자동차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유로화 도입 이후 환전비용이나 환차손이 없어지면서 독일로부터의 자동차 수입이 더 증가했어요. 반면 그리스는 수출할 만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별로 생산하지 못해 독일에 대한 수출을 늘리지 못했죠. 이에 따라 그리스는 독일에 대한 수출대금보다 독일로부터의 수입대금이 훨씬 많은 적자상태를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리스 정부는 세금으로 거둔 돈을 경제활성화와 사회복지를 위해 많이 투입하였는데,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의 씀씀이가 더욱 늘어났죠. 이런 상황이 수년간 반복되면서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결국 더 이상 제때에 원리금을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리스가 유로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그리스와 독일 간의 환율이 변동하면서 경상수지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 조정될 수 있었겠죠. 그렇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로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과도한 사회보장비 지출 때문에 조만간 국가채무위기를 맞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유로화 도입 당시에 국가채무위기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로화 도입을 앞두고 유로지역 국가들은 회원국들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게 되는 상황을 막고자 ‘안정 성장 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 이하 SGP)’을 맺었죠. 즉 각 회원국은 매년 정부지출이 정부수입을 상회(재정적자)하는 규모를 회원국 GDP의 3% 이하로, 국가채무규모를 GDP의 60% 이하로 유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국가채무위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죠. 그리고 SGP를 준수하지 못하는 회원국에는 제재를 가하기로 했습니다.

◆SGP를 맺었는데도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상당수 유로 회원국의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크게 증가하여 SGP를 준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SGP 미준수 회원국에는 당초 합의대로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회원국들은 훗날 자신들도 SGP 미준수 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미준수 회원국에 경고만 하고 실제로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죠. 이 때문에 회원국들의 재정운용이 사실상 방치되면서 가장 재정이 취약했던 그리스에서 국가채무위기가 먼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유로 위기가 어떻게 전염되었을까

유로지역은 단일통화를 쓰고 지리적으로 가까워 지역 내 거래가 매우 활발합니다. 또한 그리스 은행들이 부족한 유로화를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로지역 은행에서 빌리고 유로지역 은행들도 금리가 높으면서도 환전비용이나 환차손 위험이 없는 유로화표시 그리스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했어요. 금융거래에서도 유로지역 국가 간의 상호의존도가 크게 높아진거죠. 이와 같은 상황에서 그리스 정부가 만기 도래한 국채를 못 갚자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그리스 국내은행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의 은행들도 큰 손실을 입으면서 유로지역 전체로 위기가 확산된 거죠.

◆국가채무위기의 해결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있지만 쉽지 않아요. 그리스처럼 채무위기에 놓인 나라는 고통이 수반되는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통해 국가채무를 줄이고, 경제가 건전한 다른 회원국들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위기를 겪는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경제활성화를 도모해야 합니다. 문제는 채무위기 국가는 물론이고 나머지 유로지역 국가들도 고통이나 손실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데서 생기고 있죠. 지금 유로지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경제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박진호 < 한국은행 국제경제실 선진경제팀 차장 >

한국은행 · 한경 공동기획


◆독자 퀴즈

다음에서 유로지역 출범 이후 최초로 2010년에 EU(유럽연합) 및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는?

(1) 이탈리아
(2) 스페인
(3) 포르투갈
(4) 아일랜드
(5) 그리스


▶퀴즈 응모요령 :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매씩 드립니다. 당첨자 발표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됩니다.

협찬 :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