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이제 제품과 서비스의 기본 성능과 품질을 당연시하고, 새로운 가치인 재미 요소가 있는 융합 상품과 서비스를 좋아한다. 개그 프로그램도 그동안 국민 소득 증가와 사회 변화 속에서 진화, 발전하고 있다. 10년 이상 장수하면서 재미를 주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일요일 오후 9시 뉴스와 같은 시간에 시작된다. 같은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다른 프로그램들이 단명하고 있음에도 개그콘서트는 날이 갈수록 인기를 더하며 장수하고 있다. 왜 그럴까.

대표적인 이유는 밴드 음악을 개그와 조화롭게 융합시켜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진짜 그런지 실험하고 싶다면 오디오를 끄고서 텔레비전 화면을 1분만 봐라.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금방 지루해진다. 오디오를 음악으로, 시청자 머릿속에 각인되는 밴드로,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콘서트로 개그를 융합했다는 것이 돋보이는 성공 요인이다.

신발 산업을 보자. 1960~70년대는 우리나라 경공업의 주력 수출 산업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갑자기 사양산업으로 침체됐다가 요즘 들어 기능성 신발을 내세워 다시 부활하고 있다. 신발 산업의 중심지였던 부산 경제도 함께 침체에 빠졌다가 최근 호전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신발은 질긴 품질과 가격 경쟁에만 집중했다. 중국산 저가 신발이 세계 시장을 압도하면서 부산지역 중심의 신발 산업은 급속히 침체됐다. 공장들도 중국 등지로 빠져나가면서 부산 지역 일자리도 급격히 줄었다. 대구 지역의 섬유 산업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다.

신발과 섬유산업이 진짜로 사양산업일까. 유명 브랜드의 세계적인 제품과 틈새 상품을 보면서 우리 사회, 국가, 지역이 지레 겁먹고 이 산업들을 홀대해서 사양화시키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나이키(Nike) 신발을 보자.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지만 기획, 브랜딩, 마케팅은 본사와 지역 본부에서 소비자의 요구 변화를 관찰하면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융합의 한 사례가 나이키와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이 결합된 ‘나이키 플러스’라는 웰빙 신발이다. 고급 운동화를 신는 소비자는 건강에 관심이 높다. 아이팟이 히트하면서 고급 운동화를 신고, 걷고, 뛰면서 아이팟을 듣고 있는 소비자를 발견한 것이다.

이 둘을 연결하면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고객은 음악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칼로리 소모량은 얼마인지 알 수 있다. 이 신발은 고가임에도 잘 팔려서 나이키사에 고수익을 안겨줬다. 홍보효과도 높았다. 신발에 재미라는 요소를 융합하면 또 어떤 획기적인 제품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나이키 신발과 아이팟 합친 '나이키 플러스'…재미를 융합하라
우리나라 전통 김치도 한동안 일본 김치에 밀리다가 요즘 들어서는 다시 사랑받고 있다. 조상님들이 경험적으로 얻은 지식이겠지만, 매운 김치에 바다 산물인 굴과 생선, 젓갈을 넣어서 시원한 맛을 내는 발효 김치를 만든 것은 지혜로운 융합이다. 소주와 맥주의 칵테일인 ‘소맥’의 황금비를 맞춰주는 눈금이 새겨진 ‘소맥잔’이 히트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걸쭉한 막걸리에 섞는 감식초 ‘홍초’의 새로운 수요 증가, 서점에 카페를 융합한 북카페, 커피에 문화를 더한 스타벅스와 카페베네 등 다른 아이템과 융합한 사업에 재미까지 더하면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