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로부터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는 ‘종상향’ 허가를 받은 가락시영아파트. 최고 35층 높이에 8903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이곳에는 다양한 공공시설도 마련된다. 공공시설을 갖추기 위해 땅으로만 받던 기부채납을 건축물로 확대하면서 공원 면적을 계획 대비 1만㎡가량 줄이고 보육시설·도서관·여성플라자·시니어센터·스포츠문화센터 등을 짓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락시영은 신도시 및 택지지구에서나 가능한 체계적 공공시설이 들어서는 서울지역 첫 사례”라며 “건물 기부채납도 인정하면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건물 기부채납

가락시영·용산터미널…'건물 기부채납' 확산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제정된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민간 개발사업은 물론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도 토지는 물론 도서관, 보육시설 등으로 기부채납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이 110 높이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뚝섬 현대차 부지에서는 기부채납 비율(48%)의 일부를 땅 외에 주차장, 음악당, 산업지원센터 등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 복합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지하철 2호선 홍대역사 개발사업도 연면적 1000㎡ 규모의 디자인지원센터를 짓는 방식으로 기부채납을 준비하고 있다.

용산 관광터미널 부지에는 인근 전자상가를 지원하는 연면적 2700㎡의 산업지원센터를, 강동 서울승합차고지에는 문화체육시설(6000㎡)과 창업지원센터(9000㎡) 등이 기부채납 방식으로 들어설 전망이다.

가락시영처럼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도 건축물 기부채납이 늘어나고 있다. 방배동 경남아파트와 용산 국제빌딩주변1구역에는 사회복지시설이나 공공청사가 건립될 예정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에는 도서관을, 금호20구역에는 보훈회관(800㎡) 등을 설치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예산절감+주민편의’ 일석이조

가락시영·용산터미널…'건물 기부채납' 확산
기부채납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물을 짓기 위해 개발사업 인·허가 때 일정 규모의 땅을 떼어 받는 것이다. 서울에선 대지 면적의 15~20% 규모를 기부채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부채납 대상이 건축물로 확대돼 일부는 땅으로, 나머지는 도서관 공공청사 등으로 납부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기부채납 방식이 토지로 제한돼 있어 불필요한 공원을 더 짓거나, 사업 규모에 적합한 부지를 확보하기 힘들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계획 단계부터 건축물 기부채납 방식을 통해 사업추진을 정상화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공공시설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건축물 기부채납을 통해 공공시설 건립 비용이 줄어 매년 60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축물 기부채납을 통해 사업비가 더 늘어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종전처럼 토지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업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