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ㆍ소비자물가 상승률差 `최장기'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의 덫에 빠져 좀체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는 물론,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모두 실질금리가 사상 최장 기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성장세가 둔화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장기화하는 것은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고 부채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금리를 올렸을 때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서민들의 대출금 상환부담이 높아지는 문제점이 있어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존의 흐름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갈 곳 잃은 돈

1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2011년 11월 기준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1.0%로 25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사상 최장기간이다.

지난해 7월부터 기준금리 정상화 기조에 따라 `베이비스텝'(아기걸음마)을 밟아오던 기준금리가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으로 반년째 아예 걸음을 멈춰버린 반면에 소비자물가는 4%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제한되면서 시장금리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담보콜금리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차는 -0.94%, 담보콜금리와의 차는 -0.85%로 모두 2009년 11월 이후 2년째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지난달 3년물 국고채 명목금리는 3.39%였지만 여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4.2%를 제외한 실질금리는 -0.81%였다.

3년물 국고채에 100만원을 투자해 얻는 이윤은 3만3천900원이지만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제론 8천100원의 손실을 본다는 뜻이다.

3년물 국고채는 지난 3월 이후 9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5년물 국고채도 명목금리는 3.53%이지만, 실질금리는 -0.67%였다.

가계가 은행에 저축했을 때 받는 이자를 의미하는 순수저축성예금의 실질금리는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0.10%로 9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이자소득세(세율 15.4%)를 고려하면 여전히 돈을 넣을수록 손해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연구원은 "가계 입장에서는 돈을 굴릴 데가 없다.

장단기 금리차도 미미해 돈을 은행에 오래 넣어두는 것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 물가ㆍ부채 압박"

이론적으로 보면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저축보다는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선진국들이 저금리 정책을 펼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내년 경제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여건과 고용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소비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조달금리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거나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오히려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저금리가 지속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면서 오히려 대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 연구원은 "저금리라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이 시중에 많이 풀려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금리가 낮으면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지만 저금리는 오히려 이자 소득을 줄이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채가 있는 가구 입장에서는 부담이 다소 될 수 있겠으나 큰 그림에서 볼 때 이런 상황은 가계부채 조정을 어렵게 하고 대출을 조장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은이 지난달 공개한 10월13일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실질콜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에 있으면 물가부담이 커 앞으로 경기가 둔화하거나 성장이 멈춰도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장기화하는 것은 통화의 팽창, 높은 인플레이션 유발, 자산거품 형성 등의 심각한 경제 불균형을 일으켜 금융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프랑스 BNP파리바 등 국제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하락세로 반전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내릴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은 상태여서 한은이 금융통화정책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고은지 기자 gija007@yna.co.kr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