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여성 등 24명이 피살된 2005년 하디사 마을 양민학살 사건은 미군이 이라크에 남긴 최대의 오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미군이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작성한 약 400쪽 분량의 문서를 비롯해 수많은 기밀 문서가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의 쓰레기장에서 뒹굴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해당 쓰레기장에는 이라크 미군의 완전 철수가 결정된 이후 수많은 문서가 옮겨지고 있다.

문서들은 소각 처리가 원칙이고 일부는 소각되고 있지만, 조리용 땔감으로 쓰이는 문서들이 있는가 하면 언제 폐기될지 모른 채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하디사 사건의 조사 문서를 찾아낸 사람은 바로 NYT 기자였다.

이 문서에는 사건 연루 병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이나, 시신 발견 장소의 약도도 포함됐다.

다른 기밀문서 가운데는 헬리콥터 이동 경로나 레이더 탐지 범위가 표시된 군사 지도 같은 민감한 내용이 담긴 것도 있었다.

쓰레기장에서 일하는 이라크인들은 문서가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것임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이라크인 노동자는 지난 몇주 동안 수십 상자에 이르는 문서들을 소각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배리 존슨 대령은 이에 대해 "문서들은 기밀로 지정돼 있고 파괴됐어야 했다"며 일부 문서가 "부적절하게 방치되거나 언론사로 넘어간 방식에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밀문서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밀 정보의 유출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NYT가 입수한 하디사 사건 조사 문서에 따르면 미군들은 항상 '적'에게 포위됐다는 인식을 가졌던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민간인 사망에 대해 점점 둔감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디사에서 20여명의 민간인이 피살됐다는 현장 보고를 처음 받은 K. 노우드 준위는 "하나의 인명이 주목할 만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당시의 상황에서 그 정도의 피해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라 판단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하디사를 포함한 안바르 지역의 미군 지휘관이었던 스티브 존슨 소장 역시 하디사 사건이 지속되던 민간인 사망의 형태라고 생각해 정밀 조사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는 견해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