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닭' 의 화려한 귀환
“내년에 LG와 삼성 간 TV 경쟁이 볼 만할 것 같네요.”

지난 14일 삼성의 TV사업을 총괄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 부장에 김현석 삼성전자 부사장(50·사진)이 임명되자 LG 직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경쟁자인 LG 내에서조차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김 부사장의 ‘공격적인’ 성향이 업계에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올초 LG가 ‘3D로 한 판 붙자’는 슬로건 아래 삼성 측에 3D 안경 표준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을 때 “LG엔 정말 멍청한 XX들밖에 없는 것 같다”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정면으로 맞서 화제가 됐던 인물. 이 발언에 자극받은 LG는 명예훼손 소송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김 부사장의 사과로 수습됐으나, 양측에는 여전히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다.

당시 TV 개발팀장을 맡고 있던 김 부사장은 이후 상품전략팀장으로 옮겼다가 이번에 TV사업의 새 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전임 VD사업부장인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총괄 사장(58)의 한양대 전자공학과 후배다. 입사 후 20년 가까이 윤 사장과 함께 TV 개발 부문에서 일하며 LED(발광다이오드) TV, 3D TV, 스마트 TV 등을 내놓아 삼성 TV를 세계 1위로 이끈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두 사람의 활약으로 삼성 TV는 2006년부터 독보적인 세계 1위를 유지해왔지만 LG의 추격도 만만치않다. 작년 10월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장이 TV사업을 총괄한 뒤 적극적인 3D 마케팅으로 올초 6%에도 못 미쳤던 LG의 세계 3D 시장 점유율은 14%로 2배 이상 높아졌다. 권 본부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TV 사령탑들이 모두 거침없는 스타일이어서 양사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