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의 감사위원회를 이사회와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어제 입법예고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사외이사 중에서 임명했던 감사위원을 주총에서 따로 선임케 하고, 주총 선임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예외없이 3% 이하로 제한토록 했다. 또 금융회사 상근임직원이 감사위원이 될 수 없는 냉각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강화하고, 준법감시인은 3년 임기를 보장토록 했다.

금융 권역별로 제각각인 지배구조를 통일하고 감사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금융위의 법 제정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올 들어 부실 저축은행들에서 확인했듯이 기존 감사(감사위원회 또는 상근감사)가 대주주나 경영진과 유착하면 견제기능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또 CEO 선임 절차와 승계 시스템이 미비해 CEO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는 등의 문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 차제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외환위기 이후 10여년째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고도 여전히 해법을 고민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건전성 감독을 넘어선 경영 간섭과 낙하산 인사 관행이 진짜 이유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감원 출신의 낙하산에 제동을 걸었지만 여우(금감원 출신)가 빠진 자리에 늑대들(모피아, 감사원, 정치권 등)이 몰려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판이다. 지난 10년간 금감원 출신 금융회사 감사는 84명에 달했다. 최근에는 감사원 출신이 16명이나 금융회사에 취업할 만큼 약진하고 있다.

감사기능을 아무리 강화한들 금융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관료들의 의식과 관행 아래선 기대할 게 없다.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 방안도 사외이사 인력 풀이 빤한 상황에선 정·관계 인사들의 퇴직 후 일자리 확대로 변질될 뿐이다. 이미 은행 보험 등 주요 금융회사 34곳의 사외이사 145명 가운데 정·관계 고위직 출신이 61명(42.0%)에 이를 정도다. 지배구조 개선에 앞서 낙하산을 접는 법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