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도시철도公의 황당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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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지난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7호선 하계역과 중계역 사이에서 발생한 전동차 역주행에 대한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의 해명이다. 수많은 승객 중 한 명이 “앞선 역에서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내리지 못했다”며 전동차 내부의 전화기로 기관사에게 거세게 항의하자 열차를 급정차시킨 후 금방 떠났던 하계역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하계역에선 정상적으로 출입문이 여닫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역주행에 많은 승객들이 크게 놀랐지만 다행히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황당한 것은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해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 상황이거나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경우 지하철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내용이 매뉴얼에 포함돼 있다”며 “이번에도 후속 차량에 통보돼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비상 상황이거나 열차가 승강장의 정위치에 정차하지 못했을 경우 고객의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역주행을 허용하고 있다. 승객이 앞선 역에서 내리지 못했다는 항의로는 역주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고 하루 뒤까지도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공사의 이런 해명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지하철 6호선이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네 정거장을 운행하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 이때도 도시철도공사 측은 “기관사의 단순 실수였을 뿐 매뉴얼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기관사가 문 여닫음을 육안으로만 보고 강제운행시킬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등 매뉴얼 자체에 허점이 있었다. 지난 11일의 ‘황당 역주행'이 매뉴얼을 제멋대로 해석한 데서 비롯됐다면 9월의 사고는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일어난 셈이다.
공교롭게도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2일부터 15일까지 지하철 안전사고 대비 시범훈련을 실시한다. 상황별 표준처리절차(SOP) 등 매뉴얼에 맞춰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허점투성이인 매뉴얼에 의존하거나, 매뉴얼 해석까지 제멋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매뉴얼대로 했으니 문제없다”는 공사의 태연한 모습이 불안한 이유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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