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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민주당, 간판 내려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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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란 정치부 기자 why@hankyung.com
    [취재여록] 민주당, 간판 내려야 하는 이유
    “따악” “꺄악!” 60대 할아버지가 30대 여성의 뺨을 때렸다. 순간 수십명이 뒤엉켰다. 그 여성은 울면서 달려들었지만 사과를 받기는커녕 가까스로 몸싸움을 피했다.

    11일 야권 통합을 결의한 민주당 임시 전국대의원대회(전대)가 열린 잠실 실내체육관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난동의 주인공인 이모씨는 대의원 신분 확인을 위해 지문 검증을 요구하는 당직자 박모씨에게 “왜 범죄자 취급을 하느냐”며 뺨을 날렸다. 이씨는 2003년 당무위원회에서 난투극을 벌인 ‘난닝구’(민주당 사수를 주장한 호남지역 옛 민주계) 중 하나였다. 그 옆엔 지난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변인을 폭행한 박모씨가 경호원과 당직자의 멱살을 잡았다.

    이들을 포함해 통합반대파 소속 대의원과 당원 20여명은 이날 점심께부터 10시간 넘게 소란을 피웠다. 정세균 통합협상위원장이 연설하는 동안 반대파 소속 한 대의원은 “투표하지 말고 나가라”며 인분을 뿌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의결정족수 논란으로 당무위원회가 진행되는 사이 통합파와 반대파 사이엔 단상 쟁탈전이 벌어졌다. 이석현 전대 의장이 통합안 가결을 발표하려고 나오자 이를 막기 위해 반대파는 연단을 점거하려고 나섰다. 당직자들과 경호원들이 ‘인간 장벽’을 만들어 무대를 에워싸면서 이에 맞섰다. 양측이 몸싸움을 하는 사이 철제 의자가 날아가 당직자들 여럿이 다쳤다.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한 전대는 말 그대로 한편의 ‘정치코미디’였다. 민주정당의 합법적인 집회라곤 상상할 수 없는 광경들이다. 국민을 좌절케 하는 모든 구태들을 다 보여줬다. 시장통도 이 정도는 아니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대회였지만 거꾸로 표를 다 날린 것 같아 씁쓸하다”는 당직자의 말이 모든 걸 함축하고 있다. 적어도 이날 대회를 보면서 왜 민주당이 간판을 내려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민주당은 조만간 당의 간판을 내린다. 당밖의 색깔이 다른 세력과 합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통합당의 당명은 약칭 민주당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벌써부터 ‘도로 민주당’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간판만 바꾼다고 본질이 변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다. 당명을 바꾸는 게 벌써 여섯 번째라니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다.

    허란 정치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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