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회의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논의자료 초안이 공개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안에는 유럽위기 해결을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를 1년간 동시에 운영하는 방안이 들어가 있지만, 독일은 반대하고 있다.

이런 이견은 한국 증시의 코스피를 끌어내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 국가 국채의 매입에 대해 입을 다문것도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 EU정상회의 합의문 초안 공개
9일 공개된 EU정상회의 합의문 초안은 정상회의에서 논의자료로 사용된다.

초안에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이를 대체할 유로안정화기구(ESM)를 동시에 운영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5천억 유로 규모의 ESM을 내년 7월에 출범시켜 2천500억 유로 규모인 EFSF와 1년간 동시에 운영하면서 위기대응 능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ESM이 ECB를 대신해 시중은행들에 자금을 직접 대출해주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EU 재정통합안과 관련해서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규정돼 있는 성장ㆍ안정 협약의 재정적자 기준을 3.5%까지 완화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논란이 되는 유로본드 발행도 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 결과는 미지수…변수는 독일
증시분석가들은 초안에 대한 EU국가들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독일의 태도다.

한국투자증권 김철중 연구원은 "EU정상회의에서 합의가 확정된 것은 재정통합을 위해 GDP대비 재정적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도다.

ESM의 내년 출범에 독일이 반대하고 있는데, 독일이 태도를 바꾸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채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금리를 안정시키려면 독일이 태도를 바꿔 유럽 재정통합을 가속화하고 ECB의 채권매입이나 ESM의 조기가동 등을 통해 돈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초안대로 되면 가장 좋다.

구제금융의 화력이 얼마나 보강될 것이냐가 초점인데, 초안대로 ESM과 EFSF가 병존하면 1조3천억 유로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내년 2~4월 유럽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만기에 대한 불확실성인데, 이 돈이면 시장의 불안감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게다가 ESM에 은행기능까지 부여되면 화력이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기로에 선 코스피
증시분석가들은 코스피의 향방은 EU정상회의 결과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코스피는 1,800선대 초반으로 추락하느냐 2,000선을 뛰어넘느냐 기로에 선 셈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EU정상회의에서 주요국들의 이견만 확인한 채 구체적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으면 단기적 실망감 외에 유럽사태의 전개방향을 좀 더 확인해보려는 심리가 강해질 것이다.

코스피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김 연구원은 "독일이 태도를 바꾸면 유럽 재정통합이 가속화되고, 돈이 풀려 코스피가 1,950을 웃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독일의 반대로 자금지원에 불확실성이 남는다면 코스피가 1,800대 초반까지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오 연구원은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결정을 조금 더 늦추는 것이다.

ECB도 국채매입을 안한다고 했는데, ESM과 EFSF 병존안 마저 지연되면 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쁜 시나리오대로 가도 코스피 1,800은 안 깨질 것이다.

시간을 오래 끌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잘 나오면 코스피가 2,000선을 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신재우 기자 yulsid@yna.co.krwithwit@yna.co.kr